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시중 실물경제 악화를 우려하는 중국이 올해 네 번째 시중은행 지급준비율 인하에 나선다.
7일 인민은행은 오는 15일부터 대형 상업은행과 외자은행 등의 지준율을 1%포인트 내린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중국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지준율을 인하하는 것은 올 들어 지난 1월과 4월, 7월에 이어 네 번째다.
이번 결정으로 15일부터 중국 대형 상업은행은 물론 외국계 은행들도 고객의 인출 요구에 대비해 쌓아둬야 하는 자금 비율을 낮출 수 있게 된다. 지준율이 낮아지면 그만큼 시중에 돈이 풀릴 수 있어 유동성에 의한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이 지난달 24일 중국 수입품 2,000억달러어치에 고율 관세를 매긴 후 실물경기를 지탱하기 위한 추가 돈 풀기 정책 시기를 조율해왔다. 인민은행은 발표문에서 “중국의 실물경제 발전을 지원하고 은행과 금융시장의 유동성 최적화, 금융비용 절감을 위해 지준율 인하를 결정했다”며 중소기업과 민간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에도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추가 지준율 인하로 최소 1조2,000억위안(약 197조원), 달러 가치로는 1,700억달러 이상이 풀리는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이 올 들어 이미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추가 관세 폭탄을 경고하고 있는 만큼 중국 금융당국은 다양한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 당장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하지 않아 시중 실물경기를 떠받칠 소비 진작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미 중국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다음달 1일부터 기계류와 방직물 등 1,585개 수입품의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으며 개인소득세 면제 기준을 완화하고 기업에 적용하는 부가가치세율도 1%포인트 낮추는 정책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인민은행은 “안정적이며 중립적인 통화정책 기조는 계속 유지하면서 유동성을 합리적으로 유지해 질 높은 발전과 공급을 위한 구조개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