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8일 외신에 따르면 칸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증가하는 채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MF 체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취임한 칸 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IMF 구제금융 신청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파키스칸은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의 주요 투자국으로 그동안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투자받았지만 오히려 부채 급증과 외화부족 등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파키스탄은 현재 620억달러(약 70조원)에 달하는 인프라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데 그중에서 중국·파키스탄경제회랑 등을 비롯해 460억달러(약 52조원)가 중국과 관련된 것이다. 7월 총선거에서 친중적인 당시 여당이 패한 후 새로이 들어선 임란 칸 총리정부는 일대일로 사업 축소 등 중국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
칸 총리는 그간 자금 활용에 제약이 많은 IMF 구제금융 대신 다른 나라에서 차관을 들여와 경제위기를 넘기는 방안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우방 국가에서 자금을 빌리는 방안을 먼저 추진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파키스탄으로서는 IMF 구제금융 외에는 현재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대안이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 서방과 관계가 경색돼 돈을 빌릴만한 곳이 없고 필요한 돈도 총 200억달러 수준으로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의 지난 9월 외환보유고는 84억달러 수준으로 올해 말이면 잔고가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파키스탄은 2013년 IMF로부터 53억달러(약 6조원)의 구제금융을 받은 것을 포함해 1980년대 말 이후 12차례 IMF의 지원을 받았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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