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지난 2014년부터 비밀리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채용 프로그램을 개발해오다 이를 자체 폐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해 초 AI 채용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폐기했다. 2014년 아마존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비밀리에 엔지니어링팀을 꾸리고 AI 채용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500대의 컴퓨터가 구직 희망자의 지원서를 약 5만개 키워드로 분석하는 프로그램이다. 시스템은 100명의 지원자가 지원했을 경우 1~5점의 점수를 매겨 이 가운데 최상위 5명을 골라냈다. 연구자들은 이 시스템을 채용 완료된 직원 이력서에 적용해 실제 결과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하며 완성도를 높여갔다. 아마존 이용자가 구매를 완료한 상품의 만족도를 평가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아마존의 한 관계자는 “100장의 원서를 프로그램에 집어넣으면 순식간에 최상의 조건을 갖춘 5명의 서류를 토해내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자체 폐기 이유는
서류에 ‘여성’ 단어 포함땐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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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AI 채용 프로그램을 폐기한 가장 큰 이유는 이 시스템의 여성 차별에 대한 문제점이다. 개발이 1년쯤 진행됐을 때 이 프로그램은 경력 10년 이상의 남성 지원자의 서류만 찾아내 고용해야 할 후보로 분류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우위인 정보기술(IT) 업계의 현실을 그대로 학습한 결과물인 셈이다. 특히 이 시스템은 서류에서 ‘여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거나 동호회 활동에 ‘여성 체스 동아리’ 같은 말이 포함돼 있으면 채용 대상에서 바로 제외하는 부작용을 드러냈다. 예를 들면 여대를 졸업한 지원자 2명의 원서는 감점을 받아 채용 대상 목록에서 빠지게 된다.
로이터는 아마존 엔지니어들이 AI의 여성차별적 인식을 바로잡아보려고 시스템을 점검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시스템은 성차별뿐 아니라 자격이 부족한 지원자를 추천하는 등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고 전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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