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말부터 시행될 예정인 새로운 주택공급규칙을 놓고 무주택자와 1주택자 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핵심은 무주택자의 청약 기회를 현재보다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무주택자들은 ‘매우 잘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내놓는 반면 1주택자들은 정부 정책을 성토하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올가을 분양될 예정인 북위례 등 주요 단지의 분양 시기를 법 시행 이후인 연말로 늦추기도 했다.
바뀐 제도에 따르면 무주택자는 가점제에서 떨어져도 추첨제(추첨 물량 중 75%)에서 별도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서 떨어져도 1주택자와 다시 경합을 벌인다.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가점제에서 한 번, 별도로 배정된 추첨제 물량에서도 무주택자와 경쟁하게 된다. 그만큼 당첨 확률이 높아진 셈이다. 반면 1주택자는 사실상 한 번의 청약 기회만 얻게 된다. 이것도 당첨 받으면 기존 주택을 새 아파트 입주 후 6개월 이내에 매각해야 하는 조건이다.
◇무주택자, 가점 이어 추첨제 물량 75%도 우선 배정=현재 아파트 분양 방식은 가점제와 추첨제를 병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12일 입법예고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령’을 보면 앞으로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공급되는 ‘추첨제’ 물량 중 75%가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된다. 나머지 25%도 무주택자와 기존 집 처분을 약속한 1주택자 사이에서 입주자를 가려낼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2대책에서도 ‘가점제’ 물량을 크게 늘린 바 있다.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32점), 부양가족(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 등 분야의 배점을 계산한 뒤 입주자를 뽑는 방식을 말하는데 유주택자가 가점제에서 당첨될 확률은 사실상 ‘0’에 가깝다. 결국 무주택자 위주로 청약시장을 바꾸기 위해 지난해 가점제 물량을 대폭 늘린 데 이어 무주택자와 1주택자가 동일한 기회를 부여받았던 추첨제까지 무주택자 위주로 변경됐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올해 말께 선보일 위례A단지는 전 가구가 전용면적 85㎡ 초과 559가구다. 기존 규칙에 따르면 약 280가구는 가점제, 약 279가구는 추첨제 물량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유주택자는 279가구를 대상으로 큰 제약 없이 청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뀐 규칙을 적용하면 추첨제 물량 중 75%인 약 209가구가 무주택자에게 우선 돌아가고 1주택자는 남은 70가구를 무주택자와 다시 경쟁해야 한다는 의미다.
신혼부부 특별공급도 무주택 위주로 바뀐다. 국토부가 신혼 기간 중 기존 집을 처분한 경험이 있으면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전체 공급량 중 최대 30%(민영주택은 20%)를 차지하는 등 배정 물량이 적지 않은데다 가점 등에서 밀리는 젊은 층이 공략할 수 있는 분야였지만 여기서도 무주택자 위주로 제도가 개편된다.
◇“갈아타려는 실수요도 막나”…우는 1주택자=반면 1주택자들 사이에는 볼멘소리가 가득하다. 위례A단지의 경우 새 규칙을 적용하면 1주택자가 청약할 수 있는 가구는 사실상 70가구에 불과하다. 문제는 아파트 당첨 시 기존 주택을 6개월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가 기존 집을 팔지 못할 경우 최대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고 알려지자 반발은 더 확산하는 양상이다.
익명을 원한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부동산 시장, 주택 입지 등에 따라 각기 사정이 다를 수 있는데 정부가 일괄적으로 기존 주택 처분기간을 6개월로 제한했다”면서 “공급계약을 취소하는 데서 그쳤으면 될 일을 징역까지 받는다고 알려 반발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9·13대책 이후 1주택자들의 마지막 갈아타기 청약 기회라 여겨지던 단지들의 공급을 강제로 미룬 것도 불만이 높아지는 이유로 보인다. 추첨제를 통해 중대형 새 아파트로 갈아타려던 실수요자들의 셈법은 복잡해지게 됐다. 연립·다세대(빌라)나 도시형생활주택 등은 보유 주택 수로 인정되는 까닭에 가격 상승 여지가 없는 곳들 위주로 사전에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은 보유 주택으로 포함되지 않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매제한 강화 반드시 눈여겨봐야=무주택자와 1주택자 모두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다. 전매제한이 대표적인 경우다. 정부는 앞서 9·13대책을 통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제한을 강화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공공택지의 분양주택에 대해서 분양가격이 인근 시세의 100% 이상이면 전매제한 기간이 3년이다. 또 85~100%는 4년, 70~85%는 6년, 70% 미만은 8년으로 제한했다. 민간택지에서는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분양가가 시세의 70% 이상이면 3년, 70% 미만은 4년간 전매를 할 수 없다. 그 외 지역은 100% 이상이면 1년 6개월, 85~100%는 2년, 70~85%는 3년, 70% 미만은 4년이 전매제한 기간이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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