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 말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단독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해 전방위로 격화되는 미중 무역전쟁에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미 재무부도 논란이 된 중국의 환율조작 여부에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해 양국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전될 우려 또한 줄었다. 미중 정상 간 대화 추진 소식에 뉴욕증시는 일부 낙폭을 줄였으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증시는 일제히 반등했다. 다만 미중 갈등은 이미 무역뿐 아니라 투자와 이민 등 전방위로 확산된 상황이어서 협상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에 앞서 대중 압박을 강화하려는 미국과 버티기에 돌입한 중국의 신경전도 팽팽하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미중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정부가 최근 중국에 정상회담 추진 결정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정상회담은 오는 11월30일부터 12월1일까지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두 정상이 논의할 것이 많다”며 정상회담 추진 사실을 확인했다.
시장의 우려를 증폭시켰던 미중 환율전쟁 발발 가능성도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재무부가 다음주 발표할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고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가 다음달 말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중 관계의 해빙을 모색하고 나선 것은 자국이 투하한 관세 폭탄의 유탄이 미국 경제에 적잖은 파장을 미치며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6일 무역전쟁 발발 이후 중국이 실물경기지표 둔화와 증시 급락세에 시달린 반면 미국 기업은 경기 호조 속에 건재한 모습을 과시해왔다. 하지만 10일 뉴욕증시가 갑작스럽게 폭락한 데는 미 국채금리 상승과 함께 무역전쟁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지배적일 만큼 미국 내에서도 중국과의 갈등 심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대중 관세부과 이후 미국의 수출이 감소하고 무역적자 폭이 3개월 연속 증가하는 등 무역전쟁이 향후 성장률 둔화의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커지는 실정이다.
또 미국 중간선거가 3주밖에 남지 않은데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도 타결돼 중국과의 무역 정상화에 물꼬를 틀 시점이 됐다는 트럼프 정부의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가 이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잠정 결정하며 무역전쟁의 확전을 피한 것 역시 이 같은 판단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중 갈등이 출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날 장중 70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던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지수는 546포인트 하락으로 낙폭을 줄였다. 7위안을 위협하던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12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장중 6.9위안을 오르내리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고 전날 5% 이상 폭락한 중국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가 0.91%, 코스피지수가 1.51% 상승 마감하는 등 아시아증시도 일제히 반등했다. 원·달러 환율은 13원 떨어진(원화 가치 상승) 1,131원40전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양국이 상호 수출액의 절반에 관세 폭탄을 투하하고 있고 중국의 대미 투자 규제도 강화되는 등 전선이 깊고 넓어 향후 협상이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관세 부과로) 중국 경제는 상당히 침체했다”며 “내가 하고자 한다면 할 게 아직도 많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대한 민간 핵기술 수출을 강력 통제하기로 했다고 이날 전했다.
중국도 미국의 포위작전을 뚫기 위해 미국이 빠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타진하는 등 역공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탈퇴 후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중국이 참여를 검토하는 것은 주요 무역협정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단순한 수출 확대를 넘어 향후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힘겨루기의 성격이 짙은 만큼 양국 정상의 회동만으로 단숨에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낮지만 확전 우려를 피하며 ‘협상의 판’은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EU와의 담판 결과 EU의 대미 무역장벽을 낮추는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미국이 EU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한 전례가 미중 정상 간 논의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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