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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美中 무역전쟁의 기원

최수문 국제부 차장





‘매를 번다’는 말이 있다. 최근 중국이 그렇다. 넉 달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다. 물론 ‘매를 때리는’ 미국의 입장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상황만으로 보면 중국이 주로 얻어맞는 피해자인데 별로 동정은 가지 않는다. 지금도 진행되는 중국 측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의 당사자인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더 그렇다.

미중 무역전쟁을 패권 다툼으로 보면 양측 모두 할 말은 있다. 미국은 기존의 패권을 당연히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미국은 중국이 자신이 힘들게 쌓은 부를 훔쳐가고 있다는 불만으로 채찍을 휘두르고 있다. 중국도 할 말은 있겠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겠다는 각오다. 둘 다 논리적으로는 옳다. 그런데 중국에 감정이 안 실리는 이유는 뭘까.

중국 당국자들이 입만 열면 하는 말이 있다. ‘두 개의 백 년’ 대비다. 첫째는 오는 2021년이다. 중국공산당이 1921년 창당됐다고 하고 이것의 백 년은 2021년이다. 그때까지 중국인도 중산층 생활을 누리는 샤오캉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다. 두 번째 목표는 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1949년) 백 년이 되는 2049년까지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을 염두에 둔 것이 분명하다.

역사상 수많은 패권 교대가 있었지만 이제까지 어느 도전 국가도 노골적으로 “나는 너를 넘어설 것”이라고 선언하지는 않았다. 그러면 중국은 왜 그럴까. 많은 전문가는 중국 정권의 정당성을 이유로 든다. 권력의 정당성은 보편적으로 국민의 신임에 따른다. 즉 투표로 선택된다. 그런 면에서는 중국 공산당 정권은 할 말이 없다. 중국 공산당의 집권 이유라는 것이 제국주의로부터 중국인을 해방시켰다는 것인데 이는 옛날 얘기다. 남은 것은 경쟁력이다. ‘공산당만이 중국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강변이다.



즉 두 번째 백 년인 2049년까지 중국을 강국으로 만들 테니 믿어달라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30년 이상 지금의 일당독재를 유지하겠는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이를 위한 무수한 억지가 생겼다. 지나친 덤핑 수출이나 산업 스파이 등이 그렇다. 최근 중국 내 ‘실종’ 사태에서 보듯 사회 통제도 심해지고 있다.

보통 경제가 성장하면 사회는 민주화된다. 우리나라도 그랬다. 중국계 민족이라도 다를 것은 없다. 대만도 정상국가가 됐다. 국제사회에서는 중국도 그럴 것이라고 믿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부유해지면 덩달아 정치적 민주화도 달성될 것으로 생각했다. 다만 여기에는 다소 착오가 있다. 전체적으로 주요2개국(G2)으로 불릴 정도로 국부는 커졌지만 이는 순전히 거대한 인구 때문이다. 중국 국민의 대부분은 여전히 가난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보면 지난해 중국은 8,900달러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은 지난 1994년 9,500달러였다. 중국도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일까, 그러면 중국 국민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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