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인이 과거 자신이 저지른 폭행죄에 대해 “재심을 받게 해달라”며 검찰총장에게 보낸 편지에 3,500만원의 수표도 함께 넣었다가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잘못된 판단이 그를 재차 법의 심판대에 세웠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께 폭행 혐의로 8개월간 징역을 살았던 A씨는 다음달 초 재판부의 선고를 앞두고 있다. 고령의 A씨가 이달 중순 결심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1년을 구형받은 것은 한 통의 편지 때문이었다. A씨는 지난해 9월 과거 본인이 저지른 폭행죄에 대해 “비상상고를 통해 다시 재판을 받게 해달라”는 편지를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보냈다. 하지만 편지 안에 각각 1,500만원, 2,000만원짜리 등 총 3,500만원의 자기앞수표를 동봉한 게 화근이었다. 비상상고란 형사사건 확정판결에 대해 법령 위반이 발견된 경우 검찰총장이 잘못을 바로잡아달라며 대법원에 직접 상고하는 비상절차다.
당시 해당 편지를 접수한 대검찰청 운영지원과는 내용물에 거액이 함께 들어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곧바로 감찰과로 신고했다. 이후 대검 감찰과는 그의 행위가 뇌물공여,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위반이라고 판단해 서울서부지검에 사건을 이첩했고 결국 그는 지난해 10월 불구속 기소됐다. 게다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법정 출석마저 거부하면서 올 6월 구속됐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과거 본인의 폭행죄에 대해 억울한 마음에 편지를 쓰기는 했으나 수천만원을 동봉해 보내는 등 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검찰에 편지를 보내는 경우는 종종 있다”며 “A씨처럼 잘못된 선택을 하면 과거 죄가 아닌 새로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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