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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췌도·각막이식 임상시험 美라면 이미 승인났을 것"

피어슨 세계이종이식학회 윤리위원장

"한국 이종장기이식 연구성과 뛰어나지만

임상시험 심사체계 등 못 갖춰 안타까워"

리처드 피어슨(오른쪽) 세계이종이식학회 윤리위원장이 17일 기자회견에서 “돼지 췌도·각막이식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 한국의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같은 주체가 미국에 있었다면 이미 임상시험 승인이 났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왼쪽은 박정규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




“돼지 췌도·각막이식 분야에서 우수한 연구성과를 거둔 한국의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같은 주체가 미국에 있었다면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이미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었을 겁니다.”

세계이종이식학회(IXA) 전 회장이자 현 윤리위원장인 리처드 피어슨 미국 하버드의대 외과 교수는 17일 사업단이 서울대 의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미국 FDA는 이종장기이식 임상시험을 신청하면 무균돼지 생산에서 이식에 이르는 전 과정의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심사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이식 받은 환자를 장기간 추적관리할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피어슨 교수는 “미국에서도 2000년대 초반 이종이식 임상시험을 신청할 경우 어떤 기관이 책임지고 심의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았는데 FDA가 각계 전문가를 모아 심의회를 운영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며 “한국정부가 원하면 국제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종이식 임상시험을 승인하고 이식받은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돼지 전염병 감염 여부를 추적관찰할 정부부처 등을 명시한 법령이 없다. 더구나 사업단은 내년 종료될 예정이어서 내년 초 임상시험을 못 하게 되면 14년 간 약 500억원의 정부지원금이 투입된 연구성과가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임상시험에 들어갈만한 뛰어난 연구성과를 냈지만 정부·국회의 소극적 자세 때문에 수년째 임상시험에 돌입하지 못한 채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뛰어난 연구성과를 내고도 이종이식규제체계를 마련하지 못해 법령이 없어 상용화에 필요한 임상시험이 지연되는 시간낭비 한국 현실 안타깝다



피어슨 교수는 역시 IXA 회장을 지낸 에마뉴엘 코지 이탈리아 파두아대 교수 등 IXA·세계이식학회(TTS) 윤리위원 6명과 함께 사업단이 16일 개최한 ‘이종이식 국제전문가 심의회’에 참석해 사업단이 윤리적·과학적인 이종이식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 규제기관 등에 대한 체계적 보고와 투명한 결과 공개, 관련 법규와 정부 차원의 감독부재 해소를 권고했다.

박정규 사업단장(서울의대 교수)은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감염병예방관리법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해 이종이식 임상시험에 대한 법규·감독부재를 해소한 뒤 내년 1월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돼지 췌도·각막을 이식받는 임상시험에 참여한 중증 저혈당·실명환자에게 향후 인수(人獸)공통·의료관련 감염병에 걸릴 잠재적 가능성이 있으므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장기간 추적관찰을 해달라고 신고하는 방안 등이 그 예다.

사업단과 김미금 서울대병원 안과, 김광원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팀은 저혈당 쇼크로 사망할 위험이 큰 중증 1형 당뇨병 환자, 양쪽 눈 각막손상으로 앞을 못 보는 환자에게 무균 미니돼지의 췌도(췌장 내 인슐린 분비 조직)와 각막을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추진 중이다. 임상시험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 대신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권고, 병원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의 승인에 근거해 이뤄진다.

사업단은 원숭이 등을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이종장기 이식 임상시험 진입에 필요한 성과를 낸 전 세계에서 유일한 연구주체다. WHO 가이드라인은 돼지 췌도를 이식받은 원숭이 8마리 중 5마리(현행은 6마리 중 4마리) 이상이 6개월 이상 정상혈당을 유지하거나 인슐린 주사량을 절반 이하로 줄인 상태에서 비슷한 혈당을 유지하고, 1~2마리가 이 같은 효과를 1년 이상 유지하면 임상시험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각막은 8마리 중 5마리에서 그 같은 효과가 유지되면 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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