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과 무역전쟁 등 안팎의 풍파에도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고공행진하며 고점 논란으로 불안한 뉴욕증시를 끌어올렸다. 기업 분석 전문기관들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의 실적이 3·4분기에 평균 20%가량 늘며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기업들은 실제 지난 8월 710만명의 채용공고를 냈는데 이는 실업자 수보다 83만명 많은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감세정책과 규제 완화 등 친기업정책의 바람을 타고 고용·투자에 왕성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미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지속되고 올해 기업 이익 증대의 최대 효자인 감세 효과의 약발이 떨어지면서 내년 실적 증가세는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 30대 대기업으로 구성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547.87포인트(2.17%) 급등한 2만5,798.42에 거래를 마쳤다. 502개 중대형기업이 속한 S&P500지수도 2.15% 올랐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89% 급등한 7,645.49를 기록했다.
10일 미 국채금리 상승과 기술주 불안으로 지수가 3~4% 급락하며 ‘검은 수요일’을 연출한 후 약세를 지속했던 뉴욕증시에 훈풍을 몰고 온 것은 탄탄한 미 기업들의 실적이었다. 기업 분석기관인 팩트셋은 월가 전문가들을 인용해 3·4분기 기업 실적이 전년 대비 19%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고 시장정보 업체 레피니티브는 3·4분기 S&P500 기업의 이익이 21.8% 늘 것으로 내다봤다.
전망은 일치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미 최대 보험회사 유나이티드헬스도 3·4분기에 12.4% 증가한 565억6,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익은 전년동기보다 28%나 늘었다. 다우지수에 속한 존슨&존슨도 이날 3.6% 늘어난 203억달러의 매출을 신고하며 순익이 39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혀 시장의 기대를 웃돌았다.
앞서 3·4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5% 증가한 278억2,000만달러의 매출을 내며 순익은 83억8,000만달러로 역시 시장의 전망을 넘어섰다. JP모건에 이어 이날 실적을 발표한 골드만삭스도 4% 증가한 87억달러 매출에 순익은 19% 늘어난 25억달러를 올렸다고 발표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3·4분기 매출(99억달러)과 순이익(21억달러)이 각각 7%·19%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주 기술기업 실적 불안의 진원지였던 넷플릭스가 3·4분기 구독자만도 약 700만명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시장 예상치(180만명)를 3배 넘게 초과해 올 들어 70% 이상의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미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 역시 소비지출 증가 속에 개별 매장들의 매출이 늘었다. 포트피트캐피털의 킴 포레스트 수석 펀드매니저는 “더 많은 기업이 시장의 기대보다 우수한 실적을 발표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도이체방크는 “(지난주) 증시가 미국의 강한 경제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 노동부는 이날 8월 채용공고가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710만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8월 실업자 수인 623만명보다 고용 수요가 87만명 많았다. 채용은 공공 부문뿐 아니라 건설·금융·헬스케어 등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소매판매와 제조 분야 또한 고용 수요가 여전히 강해 미 기업들이 늘어난 이익의 상당 부분을 재투자하며 적극적인 기업 활동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여 향후 1년간 경제성장 속도가 더뎌지며 기업 실적 증가세도 둔화할 것으로 예측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이달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펀드매니저의 85%는 세계 경제가 경기확장의 후반기를 지나며 현금 비축을 늘리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향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하며 변동성 장세가 종종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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