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꾸준하게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용산구가 약 4달 만에 처음으로 보합(0.00%) 전환했다. 아울러 추격매수세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실거래가가 하향 조정되는 단지들도 속속 등장하는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이 18일 발표한 10월 3주(10월 15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05%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주(0.07%)보다 소폭 오름폭이 줄어든 것이면서 9월 1주(0.47%) 이후 매주 상승률이 둔화되는 추세다. 감정원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단지이거나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은 상승세를 보였다”면서도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정부 대책의 영향으로 추격매수가 급감해 지난주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강남·북권역 모두가 지난주보다 오름폭이 둔화됐다. 강북 14개 구는 0.08%에서 0.06%로 내려갔고, 강남 11개 구는 0.05%에서 0.04%로 오름폭이 줄었다. 특히 용산이 9·13 대책 이후 서울에서 처음으로 보합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이 감정원 주간조사에서 보합을 기록한 건 올해 6월 1주(0.00%) 이후 처음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용산은 그간 다른 지역보다 집값이 많이 올랐던 곳”이라면서 “최근 매수세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매도자들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보합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도 지난주 0.05%에서 이번 주 0.02%로 오름폭이 감소했다. 강남구와 송파구가 각각 0.01%를 기록했고 서초구는 0.03%, 강동구는 0.06%의 상승률을 보였다.
현장에서는 이전 실거래가격보다 호가가 하향 조정된 급매물 위주로 매수세가 붙는 모습이다. 거래 절벽이 이어지는 가운데 호가 ‘거품’이 걷어진 매물에만 매수자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소수의 거래가 진행되고 있다는 게 일선 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실거래가가도 직전 최고가보다 소폭 조정되는 단지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마포구 서교동 ‘메세나폴리스’ 전용 148㎡(11층)가 최근 15억 6,000만 원에 손바뀜이 일어났는데, 이는 직전 거래가인 8월 16억 5,000만 원(8층)보다 9,000만 원 떨어진 수준이다. 중구 회현동 ‘남산롯데캐슬아이리스’ 전용 133㎡도 9월 13억 7,000만 원보다 1억 원 넘게 떨어진 12억 5,000만 원의 실거래가를 기록했다. 인근 한 중개사는 “가격 급등기에 눈치만 보고 호가를 올리지 않던 매물인데 9·13 대책 후 호가가 떨어지자 계약이 체결된 것”이라고 전했다.
갭 투자가 많이 몰렸던 노원구 상계동 ‘불암현대’ 전용 84㎡도 10월 중순 5억 원에 실거래돼 한 달 전(5억 250만 원)보다 가격이 소폭 내려갔다. 인근 Y공인 관계자는 “이제 5억 원 이하로 가격 조정이 돼야 만 거래가 성사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지역은 지난주보다 오름폭이 커지기도 했다. 금천구와 구로구가 이에 해당한다. 금천구는 0.07%에서 0.14%로, 구로는 0.10%에서 0.13%로 상승률이 높아졌다. 그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단지들 위주로 ‘격차 줄이기’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가 아직 관망세에서 벗어나지 않아 당분간 주간 상승률은 둔화되는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버티겠다는 집주인도 적지 않은 데다 시장을 뒤흔들만한 뚜렷한 변수가 없어 큰 폭의 하락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완기·이재명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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