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실종 사건의 최대 수혜국으로 될 듯하다. 실종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터키가 사우디의 경제지원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여 터키 통화인 리라화가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앞선 미국인 목사의 석방에 따라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도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달러당 리라 환율은 5.56리라를 기록했다. 지난 8월13일 7.01리라까지 뛰었던 달러당 리라화는 이달 10일에는 6.04리라, 그리고 16일에는 5.71리라에 거래됐었다. 리라화가 하락한 것만큼 가치는 올라간 셈이다.
최근의 리라화 강세는 아이러니하게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실종 사건이 힘을 보탰다. 터키 정부는 2일 카슈끄지 실종 사건이 불거진 후 국내외에 수사 자료를 흘리며 사우디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였다. 사우디 정부는 사건 초기 모르쇠로 일관했으나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결국 14일 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통화하며 “강력한 양국 관계”를 강조하는 등 터키와 타협을 모색했다. 카슈끄지 피살설이 불거진 후 8거래일(8∼17일) 동안 리라화 가치는 10% 가까이 뛰었다. 터키의 한 외환 전문가는 “사우디의 투자는 터키가 경제위기를 타개하는 데 주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들어 리라화는 터키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에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 요인이 겹쳐 한때 연초 대비 45%가량 하락했다. 특히 8월 초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의 장기 투옥으로 미국의 경제제재가 부과되며 8월13일에 7.01리라를 찍었다.
상황은 브런슨 목사의 석방 소식에 반전됐다. 이달 11일 브런슨 목사가 석방될 것이라는 전망이 전해지며 리라화는 2.6% 절상됐으며 석방 당일에도 리라화 가치는 0.9% 상승했다. 17일 터키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브런슨 목사 투옥을 이유로 터키에 부과한 제재 가운데 일부를 곧 해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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