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들이 유치원 온라인 입학관리 시스템인 ‘처음학교로’에 집단 불참하기로 결정하고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돌입할 조짐이다. 이후에도 원아모집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는 식으로 추가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우려했던 보육대란이 점차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19일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충남을 제외한 전국의 사립유치원들이 처음학교로에 참여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했다”고 말했다. 한유총은 별도로 배포한 입장문에서 “추가 금전부담이 없는 국공립 유치원과 동일한 검색·지원 시스템을 활용해 원아모집을 갈무리하는 것은 불평등하다”며 “이대로 처음학교로에 참여하면 사립유치원이 단순히 비용부담만 큰 ‘열등재’로 전락할 염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처음학교로는 유치원 입학 편의를 위해 정부가 유치원 정보를 제공하고 입학 신청부터 추첨까지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사립유치원 측은 학부모 부담금이 국공립에 비해 많기 때문에 처음학교로에서 경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해에도 사립유치원의 처음학교로 참여율은 2.8%(120곳)에 그쳤다.
문제는 사립유치원들이 처음학교로 불참을 시작으로 ‘원아모집 무기한 연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 있다. 사립유치원들은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과 여론의 눈총 탓에 지난해와 같은 ‘집단 휴업’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대신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원아모집을 미루거나 내년도 원아를 뽑지 않는 방식으로 실력행사에 나설 수 있다. 유치원에 입학해야 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사실상 볼모로 붙잡히는 셈이다. 자칫 사립유치원들이 원아모집을 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보육대란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한유총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로는 원장들에게 원아를 언제부터 모집하라고 할 수가 없다. 원아모집을 아예 안 하겠다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며 “원아모집에 따른 학부모 혼란에 앞서 원장들이 엄청난 혼란 상태여서 원활한 진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들이 처음학교로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재정지원까지 연계해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사립유치원들이 지금처럼 저조한 참여율을 보이면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이날 개통한 ‘비리유치원 제보센터’는 첫날 하루 만에 제보 33건을 접수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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