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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우리는 장난감이 아니에요"…인류의 탐욕, 동물행복을 등지다

[짙어진 '동물권 보호 사각지대']

애완동물 시장 성장세 가파르지만

유통 과정서 동물복지는 나몰라라

사육환경 낙후 체험동물원도 즐비

각종 균에 무방비 노출 가능성도↑

비용 대비 효과 노린 공장식 축사

비위생적 공간에 AI 등 발생 원인





“모란앵무 목 주위에 깃털이 하나도 없네요?”

기자의 질문에 애완동물 도매점주는 별문제가 없다는 듯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난 16일 오전 기자가 찾은 서울 종로구 창신동 애완동물 도매시장에는 좁은 철창과 어항에 조류·포유류·어류가 마치 상자 속 장난감처럼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이곳에서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동물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라면 상자 크기의 우리에 담긴 햄스터 50여마리는 끊임없이 서로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고 땅다람쥐는 비좁은 철창이 답답한지 좌우로 반복해서 움직이는 정형행동을 보였다. ‘아무리 도매시장이지만 동물권을 해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점주들은 “공간은 좁고 팔 동물은 많은데 어쩔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후죽순 소규모·체험 동물원=국내에 등록된 동물원은 2018년 기준 모두 46곳이다. 그러나 등록 대상이 아닌 소규모·체험 동물원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많다. 문제는 이들 동물원의 현황 파악은 물론 관리할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가 6월 발간한 야생동물카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소규모·체험 동물원의 동물들은 최소한의 동물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특히 동물 생태를 고려하지 않은 사육환경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땅을 파고 굴에 들어가는 습성을 지닌 미어캣을 콘크리트 바닥에서 키운다거나 나무에 올라야 하는 라쿤을 장난감조차 없는 철창에 내버려두는 식이다. 또 이들 동물은 시각·청각적 스트레스를 피할 은신처가 필요하지만 관람객이 맘만 먹으면 만질 수 있어 무제한적 접촉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전시 형태는 살모넬라균 전파 같은 인수공통질병 감염의 위험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소규모·체험 동물원의 허가제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동물원은 오락을 위해 동물을 관람하는 시설이 아니라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교육기관이 돼야 한다”며 “엄격한 동물원 관리 기준을 만들고 기준에 부합하는 시설만 허가제로 동물원을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동풍부화’ 가능한 대형 동물원도 사육환경 한계=초점을 잃은 눈동자, 멍한 표정. 철창 안의 코끼리는 아이들이 소리를 질러도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1m 안팎의 거리를 비틀거리며 왕복하는 이상행동을 보였다. 서울 모처 동물원 철창 속에 있는 코끼리의 일상적 모습이다.

이 대표는 “사회적 동물인 코끼리가 좁은 곳에서 혼자 지내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아 보이는 정형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열대기후에 서식하는 코끼리는 1년 중 4개월이 겨울인 우리 기후와 맞지 않는 대표적 동물”이라며 “겨울에는 실내에서 지내야 하는데 활동량이 많은 코끼리에게는 고역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각종 시설로 야생에서 행동을 하도록 도와주는 ‘행동 풍부화’가 가능한 대형 동물원도 동물복지를 100%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원인으로는 동물원의 ‘욕심’이 꼽혔다. 이 대표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대형 동물원은 가급적 많은 개체와 종을 보유하는 데 욕심을 낸다”며 “종과 개체 수를 줄이고 동물의 생태구조를 정확히 보여줘 교육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장식 축산에 병드는 동물과 사람=A4용지보다 작은 공간에 사는 닭. 좁은 철창에서 음식물쓰레기로 몸집을 불리다 도살용 전기꼬챙이에 생을 마감하는 개. 국내 양계농장과 개농장의 현실이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해 도입한 공장식 축산과 감금 틀 사육이 동물을 잔인한 환경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한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비위생적인 공간에 다수의 동물을 사육하다 보니 살충제 계란 사태와 조류인플루엔자(AI) 같은 전염병은 물론 항생제 과다검출 논란이 일어난다.

이 같은 공장식 축산의 폐해를 막기 위해 각종 법안이 발의됐지만 현실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법·제도 개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살충제 달걀 파동에서 봤듯 동물에게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시민들의 건강도 지킬 수 있다”며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더 많은 소비자가 동물복지 축산품을 찾을 때 농장주들의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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