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째를 맞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25~28일 핀크스GC)은 또 어떤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을까. 총상금 8억원(우승상금 1억6,000만원)의 메이저급 무대에서 생애 첫 우승을 꿈꾸는 ‘핀크스의 신데렐라’ 후보들을 짚어봤다.
박결(22·삼일제약)은 KLPGA 투어의 간판급 스타 중 한 명으로 꼽을 만하지만 아직 프로필에 우승 경력을 써넣지 못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로 데뷔 전부터 이름을 알렸던 그는 지난 2015년 데뷔 후 준우승만 총 여섯 번을 했다. 뒷심을 발휘해 순위를 끌어올린 대회도 많았지만 뒷심 부족으로 우승을 놓친 대회도 많았다. 훈련 중 입은 등 부상으로 초반에 크게 고생한 올 시즌도 준우승이 두 번이다. 상금랭킹은 24위. 페어웨이 안착률이 2위(83.9%)일 정도로 드라이버 샷은 정확한데 아이언 샷이 덜 예리한 모습이다. ‘우승 없는 강자’ ‘뒷심 부족’ 같은 말에 초연할 만큼 성숙해진 지금이 어쩌면 첫 우승이 터질 적기인지도 모른다.
장은수(20·CJ오쇼핑)는 2017시즌 신인왕 출신이다. 우승은 없었지만 준우승 한 번 등 수차례 톱10 진입으로 생애 한 번뿐인 상을 받았다. 올 시즌도 상금 26위로 내년 시드 걱정은 없지만 우승에 대한 기대를 생각하면 지금까지는 조금 아쉬운 시즌이다. 스스로 꼽는 약점은 집중력 부족. 우승 없이 신인상을 탔지만 이듬해 투어를 평정해버린 이정은과의 비교가 압박으로 작용하기도 했단다. 현재는 ‘우승은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는 것’이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KLPGA 투어를 오래 봐온 팬들은 서연정(23·요진건설) 하면 수입차 브랜드 ‘벤틀리’부터 먼저 떠올린다. 서연정은 2012년 한 대회에서 홀인원을 터뜨렸다. 2억7,700만원짜리 벤틀리가 걸린 홀이었다. 하지만 주최 측과 협회는 오랜 회의 끝에 아마추어에게는 상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대회 요강을 들어 홀인원 상품을 주지 않았다. 당시 서연정은 여고 1년생이었다. 어느새 KLPGA 5년 차. “우승에 대한 강박은 없다”고 말하는 그는 동료들 사이에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노력의 결실이 나타날 때가 됐다.
2년 차 전우리(21·넵스)와 신인 최예림(19·하이트진로)도 신데렐라 오디션에 출사표를 던졌다. 부모가 모두 프로골퍼 출신인 176㎝의 장신 전우리는 데뷔 때부터 장타로 이름을 날렸다. 평균 드라이버 샷 255야드로 5위에 올랐고 올 시즌도 255야드로 3위다. 하지만 정확도가 받쳐주지 않아 성적이 따라주지 않았다. 첫해 상금 75위로 밀려 시드전에 끌려갔다. 시드전 5위의 놀라운 ‘생존 본능’으로 올 시즌도 1부에 잔류했지만 현재 61위로 또 시드 걱정에 내몰렸다. 그러나 코스가 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6위에 오르는 등 확실한 강점이 있는 만큼 비교적 긴 코스인 핀크스에서 61위의 반란을 한 번 기대해볼 만하다. 대상(MVP) 포인트 1위 최혜진(19·롯데)과 동갑인 최예림은 후원사 주최 대회인 이달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깜짝’ 준우승하며 단숨에 시드 걱정을 날렸다. 현재 상금 33위. 기권이 속출한 난코스에서 최예림은 마지막 날 보기 없이 무려 7언더파를 몰아쳤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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