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인한 중국의 성장률 둔화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의 지난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밀리면서 중국 경제 둔화 추세가 뚜렷해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9일 3·4분기 GDP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3·4분기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4분기(6.4%) 이후 최저치로 시장의 예상치였던 6.6%를 밑도는 것이어서 충격이 크다. 미국의 대중 압박이 한층 강화될 경우 중국 지도부가 내세운 올해 성장률 마지노선(6.5%)이 4·4분기에는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커지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2015년 성장률 6.9%를 기록하며 바오치(7% 성장률) 장벽이 무너졌던 중국 경제가 조만간 바오류(6% 성장률) 시대에도 종언을 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최근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를 이유로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3% 안팎으로 낮춰 잡았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는 중국 증시도 크게 흔들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장중 2014년 11월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2,500 밑으로 떨어진 연중 최저치( 2,449.20)를 찍었지만 마감 때 다소 반등했다. 아시아 증시도 줄줄이 폭락했다.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0.56% 빠졌고 호주는 0.12% 하락으로 마감했다.
더 큰 문제는 미중 경제 파장을 극복할 뾰족한 처방전을 내놓기 힘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는 분위기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경제가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파를 고스란히 느끼기 시작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추가 무역 관세 조치와 기존 2,500억달러의 관세 폭탄 효과가 본격적으로 발휘되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더욱 둔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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