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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불참하겠다"...'사막의 다보스' 빈자리 넘칠까

사우디 FII 개최 사흘 남았지만 분위기 '썰렁'

캬슈끄지 사태에 세계 각지서 보이콧 행렬

포드, 구글, 우버, JP모건 등 유명 기업 불참

국제기구, 美·佛·英 경제·통상 수장도 외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사흘 뒤 사우디 리야드에서 3일 일정으로 열리는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에 비상이 걸렸다. 초호화 인사들이 참석해 ‘사막의 다보스’로 불리는 행사지만 기업, 국제기구, 각국 정부, 언론들이 대거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먹을 것 없는 잔치’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FII 때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65개국에서 2,500여 명의 유력 인사들이 참석해 초호화 포럼임을 입증했다.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당시 개막일 첫 행사로 열린 패널 토론에 직접 참가, 5,000억 달러(약 564조원) 규모의 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빈살만 왕세자가 세계 주요 인사들을 FII에 초청해 개혁 비전을 설명하고 투자를 유치하려 했지만 캬슈끄지 암살을 은닉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지면서 빈살만 왕세자의 구상이 틀어지게 됐다. 투자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다국적 기업과 각국 정부는 물론이고, 국제기구와 유력 언론까지 ‘암살자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AP연합뉴스




◇다국적 기업

20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차량공유 업체 우버와 영국 항공·관광 업체 버진그룹 등이 기업의 보이콧 시작을 알렸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거대 콘텐츠 회사인 비아콤의 밥 배키시 CEO, AOL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케이스 등은 일찌감치 FII 불참을 선언했다.

미국 3대 자동차 제조사 중 하나인 포드도 뒤를 이었다. 빌 포드 포드 회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각각 FII 불참을 발표했다. 하루 뒤에는 구글이 클라우드 사업 부문 대표인 다이앤 그린이 행사에 불참한다고 알렸다. 이밖에 아자이 방가 마스터카드 CEO 등도 보이콧 행렬에 동참했다.

사우디와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미국의 월가도 보이콧을 선언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슈워츠먼 CEO,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 등이 대표적이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8일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카슈끄지 피살) 사건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사우디가 진상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면서 불참을 선언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 /블룸버그


◇국제기구

김용 세계은행(WB) 총재는 카슈끄지가 행방불명된 지 열흘 만인 지난 12일 FII 불참 뜻을 밝혔다. 그는 원래 FII의 연사로 나설 예정이었지만 이러한 계획을 철회했다. WB 측은 “김 총재가 사우디 정부에 FII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고 전했다.

라가르드 IMF 총재도 뒤를 따랐다. 그는 FII 참석을 포함한 중동 방문 일정을 연기했다. IMF는 지난 17일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사전에 잡힌 라가르드 총재의 중동 지역 방문이 연기된다”고 발표했다. 일정을 연기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카슈끄지 사태가 원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용 세계은행(WB) 총재 /AFP연합뉴스




◇주요국 정부

미국, 프랑스, 영국의 경제·통상 수장들도 보이콧 행렬에 동참했다.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18일 트위터를 통해 “방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나 결정했다”며 “나는 사우디 FII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사우디 사태를 지켜보겠다며 입장을 유보했지만 불참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사우디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면서 사우디 동맹국인 미국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도 같은날 공영 세나트TV에 출연해 “다음주 리야드에 가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맞지 않다”며 FII 불참 의사를 밝혔다. 리암 폭스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 역시 FII에 가지 않기로 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영국은 카슈끄지의 실종에 대해 여전히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AFP연합뉴스


◇언론

미국, 영국 등에서는 유력 언론의 취재 거부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CNBC, CNN, 이코노미스트, 뉴욕타임스(NYT),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 등이 일찌감치 FII 보도 계획을 철회했다고 발표했다.

입장을 유보했던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도 므누신 장관의 불참 소식이 전해지자 결국 FII의 스폰서십과 참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폭스는 다만 빈살만 왕세자의 인터뷰는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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