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특허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미국에서 현지·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먼저 제소한 특허소송 건수는 총 25건으로 피소 건수(11건)의 2배를 넘겼다. 지난해 같은 기간 국내 기업의 제소는 11건, 피소는 15건이었음을 감안하면 전세가 역전된 셈이다. 미국 내에서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제소 건수가 피소보다 많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업종별로는 지난해 상반기 제소가 전혀 없던 전기·전자와 화학·바이오 분야에서 각각 8건, 7건의 제소가 있었다. 기계·소재 분야도 제소 건수가 지난해 상반기 8건에서 올해 13건으로 늘었다.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이 이처럼 특허소송에서 선공에 나선 것은 내수 시장이 오랫동안 위축되면서 수출 시장 개척이 훨씬 더 급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이 바이오, 소프트웨어 등 무형적 가치가 큰 쪽으로 옮겨 가면서 기업들이 일찌감치 특허 확보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낸 셀트리온(068270)과 가전 유통업체 프라이즈 일렉트로닉스 등 현지 기업 다수에 소송을 제기한 서울반도체(046890) 등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중소·중견기업들의 공격적 소송이 늘어나면서 이를 대리할 국내 로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아직 현지 로펌이 주도 자문기관을 맡고 국내 로펌이 보조로 참여하거나 가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소송 전략을 주도하는 경우도 속속 증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A 로펌 관계자는 “국내에서 신제품을 개발해 곧바로 해외 시장부터 공략하는 경우가 늘면서 소송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어 주요 로펌 대부분 관련 팀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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