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신고 녹취록을 조사한 결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발생한 흉기 살인사건은 경찰이 첫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다가 돌아간 지 30분도 안돼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입수한 당시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오전 7시38분에 경찰에 처음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피의자 김성수(29)의 동생이었다.
김씨의 동생은 “누가 지금 손님한테 욕하고 있어요. 게임하고 있었는데 이거 닦아달라고 손님이 얘기를 했더니 인상을 팍 쓰면서 말싸움이 붙었는데 욕설하고 이러니까…”라며 아르바이트생 신모(21)씨가 자신들에게 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7시42분에는 신씨도 “손님이 계속 와서 욕설하고 하거든요. 좀 와서 어떻게 해주셨으면 좋겠는데”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7시43분 현장에 도착했고 다툼을 말린 뒤 곧바로 철수했다.
철수한지 30분 후인 8시13분에 시민 두명은 연달아 경찰에 신고전화를 걸었다. 시민은 “PC방인데 지금 싸움 났어요. 빨리요, 피나고”라며 전화를 걸어 “빨리 와주세요”라는 말을 네 번이나 반복했다. 다른 시민 역시 “지금 칼 들고 사람을 찌르고 있거든요. 저희는 지금 지나가다 봐서 바로 신고하는 거거든요. 지금 계속 찌르고 있으니까 빨리 와야 돼요”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누가요?”라고 묻자 신고자는 “빨리 오시면 돼요, 그냥”이라며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이에 경찰은 2분만인 8시15분에 현장에 다시 도착했지만, 이미 참변이 벌어진 후였다.
7시43분에 처음 현장에 도착했던 경찰이 자리를 뜨지 않았다면 30분 뒤 살인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 의원은 지적했다. 강 의원은 “경찰 출동에서 사망까지 30분 사이에 한 젊은이가 목숨을 잃는 참담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구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하는 안타까움에 국민들도 공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은 이번 사건과 같은 전형적인 분노 범죄를 막고 선량한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을 다시 짜야한다”고 말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