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서 끊임없이 사법농단 문제를 거론하는 조국(사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현직 고위판사들이 잇따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청와대의 압박과 사법부 독립 침해 등을 지적하며 조 수석과 연일 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법조계에 따르면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23일 법원 내부전산망(코트넷)에 ‘역사를 위해 남깁니다’라는 제목을 글을 올리고 조 수석을 향해 “더이상 권한과 지위를 남용해 법관을 치사한 방법으로 겁박하지 말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참에 수사기관을 총괄하는 지위에서 악습 철폐에 나서는 법적·공적 책임을 다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강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시간 넘게 검찰 수사를 받은 것을 두고 밤샘수사 관행을 비판하는 글을 코트넷에 올렸다. 그는 임 전 차장과 고교·대학 1년 선배다.
이에 조 수석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성 장충기에 ’아부 문자‘를 보냈던 현직 고위판사가 검찰을 저격했다’는 내용의 진보언론 기사를 링크했다. 또 서울고법 국정감사 때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 개개인이 권력에 침탈 당할 때는 침묵하다가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수사받을 때 인권을 얘기하는 게 옳은가”라고 질문하는 모습의 동영상을 링크했다. 강 부장판사가 지난 2015~2016년 장충기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차장에게 안부 문자를 보냈던 사실을 콕 집어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강 부장판사는 한 보수언론을 통해 후배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의 의견을 인용, “청와대가 특정 판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검찰의 밤샘수사를 종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조 수석은 해당 기사를 페이스북에 링크라며 자신의 저서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올렸다. 이어 이를 보도한 기사를 재게시하며 “재벌 최고위 인사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나 사법농단 수사에 대한 조직 옹위형 비판 등 문제 행위에 대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강 부장판사를 다시 한 번 비판했다.
조 수석을 온라인에서 정면 비판하고 나선 법원 고위인사는 비단 강 부장판사뿐이 아니다. 윤종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197명의 판사들에게 ‘법을 위한 변명 그리고 법관과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이메일 보내고 “대통령은 헌법기관으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으나 비서실은 다르다”며 조 수석을 겨냥했다. 그는 22일 관련 내용을 코트넷에 다시 게재하며 “대통령의 위임 없는 판단과 의견을 기재한 경우는 헌법 규정에 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법부 독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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