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서울을 타깃으로 하면서 비 규제지역 주택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대책 때 마다 나오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이번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용인, 부천 등 수도권 일부와 대전, 광주 지방 광역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이들 지역 집값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주(10월 셋째 주)용인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 상승률은 0.24%를 기록했다. 10월 첫 주 0.1%, 둘째 주 0.17%를 기록한 데 이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은 2.04% 올랐다. 같은 기간 경기도 전체 아파트 값 상승률보다 세 배 이상 뛰었다.
용인의 아파트값 상승세는 수지구와 기흥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기흥구와 수지구는 지난주 각각 0.30%·0.25% 올랐다. 경기도 전체 상승률(0.08%)을 훨씬 웃돈다. 비규제지역으로 청약, 대출, 전매 등의 규제가 덜한데다 인근에 위치한 분당·판교와의 ‘키맞추기’로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마북동 ‘삼성래미안1차’ 전용 84㎡는 연초 5억 원에 매매됐지만 지난 달에는 6억 7,000만 원에 실거래됐다. 마북동 ‘구성역효성태링턴플레이스’ 전용 61㎡도 지난 달 4억 1,000만 원에 거래돼 연초 대비 1억 원 가량 올랐다.
부천도 상승세가 거세다. 최근 2주간 0.36% 올라 경기도 전체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근 광명시 집값이 최근 급등해 상대적으로 저가 매력이 부각된데다 7호선 연장 개통 호재 덕에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중동 ‘미리내동성’ 전용 78㎡는 이달 3억 8,650만 원에 거래됐다. 올 8월 보다는 3,000만 원, 연초대비 5,000만 원 정도 오른 수준이다.
중동 S 공인 관계자는 “부천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구 등으로 지정되지 않은 ‘비규제지역’이라 다주택자라 하더라도 양도소득세가 중과되지 않고 대출 제약도 덜하다”며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다른 지역 보다 높아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도 늘어나 매매가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뿐만 아니라 일부 지방 광역시도 오름세가 가파르다. 대전시는 지난달 만 하더라도 매주 0.01~0.04% 정도 상승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주 0.43% 올라 전체 시·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감정원측은 “신규 분양시장 호조, 우수 학군 등의 호재가 부각 되면서 서구·유성구 중심으로 매물 품귀현상이 나타나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서구 도안동 ‘현대아이파크’ 전용 84㎡는 이달 4억 7,000만 원에 실거래돼 연초 대비 1억 원 가까이 올랐다. 명문 학군이 몰려 있어 광주광역시의 대치동이라 불리는 남구 봉선동 내 아파트 가격도 치솟고 있다. ‘봉선2차남양휴튼’ 전용 124㎡의 경우 올 6월만 하더라도 시세가 10억원이 안됐는데 지난달에는 11억원에 실거래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풍선효과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추세적 상승세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로 집중됐던 수요를 각종 규제로 틀어막았기 때문에 용인이나 부천, 대전 등 비규제지역이 부각되고 있는 듯 보인다”며 “다만 주택 시장을 주도하는 서울 아파트값 급등세가 멈춘 만큼 수도권이나 지방까지 풍선효과가 장기간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