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탈퇴에 관한 미국의 공식 통보가 적절한 시점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이틀간의 공식 러시아 방문 일정을 결산하는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이 과거에 다른 군비통제 조약에서 탈퇴했을 때 그것은 몇개월이 걸리는 과정이었다”고 소개했다.
INF는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조약으로, 사거리가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냉전 시대 군비경쟁을 종식한 문서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러시아가 INF 조약을 준수하지 않는다며 이 조약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은 러시아가 지난 2013년부터 INF 조약을 위반해 오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조약을 폐기하기로 한 주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가 협정 준수로 복귀하면 조약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를 묻는 말에 “그것은 러시아의 (조약 위반 사실) 부인을 고려할 때 기대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볼턴 보좌관은 INF를 “다극 체제 세계에서의 냉전적 양자 조약”이라고 규정하고 “조약은 중국, 북한과 같은 국가들의 활동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INF 가입국이 아닌 중국이 중단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핵미사일이 더 이상 양자 이슈가 아닌 전략적 현실이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이 INF 조약 탈퇴 계획의 결과로 유럽에 미사일을 배치하는 결정을 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턴 보좌관은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시간 30분 간 시리아 분쟁,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 트럼프의 INF 조약 탈퇴 결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의 미 선거 개입에 대해 길게 논의했다”면서 “그것(선거개입)이 러시아에 비생산적임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선거개입은 미-러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미국의 고통과 적대감을 초래했다면서 “그것은 양국 모두, 특히 러시아에 큰 손실이었으며 ‘미국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는 교훈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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