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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된 민주노총]민노총 불참에 노사정 대화 헛바퀴 '노동계 대부'도 침묵

내부반발로 대의원대회 못열어

'경사노위' 연내 출범 끝내 무산

27일엔 비정규직 철폐 결의대회

지난 17일 오후 강원 영월군 동강시스타에서 열린 민주노총 67차 임시정책대의원대회에서 한 참석자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가 중단을 주장하는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경사노위 복귀를 결정할 대의원 대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영월=연합뉴스




민주노총 금속연맹위원장을 지낸 노동계 대선배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요즘 언론과의 접촉을 자제하며 숙고를 거듭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17일 경사노위 복귀를 위한 대의원 대회를 열려고 했지만 내부 반발로 대회를 열지 못했고 끝내 경사노위 연내 출범은 무산됐다. 한국노총과 사용자 단체는 “민주노총의 참여가 없더라도 경사노위를 출범해 노사정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계 양대 노총 중 하나인 민주노총의 참여 불발은 경사노위를 자칫 시작부터 반쪽짜리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민주노총은 이번 경사노위 참여가 무산되면서 내년 1월 대의원 대회를 다시 열고 경사노위 복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내부 반발로 사회적 대화 복귀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사정 대화 대신 투쟁”을 외치는 일부 강성 세력과 20년째 계속돼온 내부 불신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21일 전국 총파업으로 공공 부문 정규직화를 비롯한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의 거듭된 노사정 대화 불참


11월 총파업 예고한 민주노총


민주노총은 IMF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9년 대규모 산업 구조조정에 반발하며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다. 2005년 1월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에서는 노사정위에 복귀해야 한다는 안건이 나왔지만 내부 반대 세력이 회의장에 시너와 소화기를 뿌리는 등 폭력을 동원해 개회 자체를 막았다. 민주노총은 올해 1월 김명환 위원장 등 현재 민주노총 집행부를 중심으로 새로 출범하며 사회적 대화 복귀를 선언했지만 내부 반발은 계속됐다. 결국 민주노총은 5월 국회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안 가결에 반대하면서 사회적 대화를 전면 거부했다.

이후 민주노총은 8월 노사정 대화 복귀를 전격 결정했으나 완전한 내부 합의를 보지 못했고 이번 대의원 대회에서 반대파를 꺾지 못하며 연내 복귀가 결국 무산됐다. 17일 민주노총 임시 대의원 대회 장소에서는 대회 시작 전부터 “경사노위 참가 안건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유인물이 나돌기도 했다. 노동계의 한 전문가는 “경사노위가 민주노총 없이 출범할 수는 있지만 이는 반쪽짜리일 뿐”이라며 “성공적인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는 민주노총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대화에 불참한 민주노총은 오히려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장 민주노총은 25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다음달 총파업 돌입을 선포한다. 이어 오는 27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비정규직 철폐 결의대회와 총파업 수도권 결의대회를 연다. 다음달에는 9일 민주노총 산하 공무원 노조가 연가 투쟁을 벌인 뒤 10일 전국노동자대회에 이어 21일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음달 말까지 파업 투쟁을 전국에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적폐 청산과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법 원상회복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정 대화로 풀어야 할 각종 노사 관계 현안은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현대자동차 투자를 유치해 완성차 공장을 짓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임금을 현재 완성차 근로자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 일자리를 늘리는 조건으로 새로 조성한 공장에서 현대차의 주문을 받아 완성차를 생산하는 사회통합형 일자리 창출 시도다. 하지만 노동계는 임금을 “연봉 4,000만원 수준으로 맞춰달라”는 요구를 현대차가 받아들이지 않자 불참을 선언했다. 최근 민주노총 광주본부 등이 어렵사리 광주형 일자리 사업 성사를 위한 노정 대화를 시작했지만 또다시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경사노위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지역·업종별 노사정 대화체 구성도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경사노위는 서유럽 각국을 모델 삼아 산업별 노사 교섭을 활성화해 대기업·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격차를 줄이고 업종·지역별 균등화를 이룬다는 목표다. 애초 경사노위는 올 하반기 정식 출범한 뒤 산별 교섭의 토대가 될 지역별 노사 대화를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지연되고 있다. 문 위원장은 “인공지능(AI)과 친환경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 산업에 대비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극심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노사 대화는 무엇보다 중요한 작업”이라며 노동계의 협조와 민주노총의 대화 복귀를 당부했다.
/세종=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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