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전쟁 격화 영향으로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중국 당국의 심리적 방어선인 7위안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증시 급락 등 금융 시장과 실물 경제 동요가 커지면서 지난 26일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장중 6.9682위안까지 올랐다. 지난 2008년 5월 이후 10년래 장중 위안화 가치가 최저치를 밀린 것이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기준환율을 달러당 6.9510위안으로 고시했다. 2017년 1월 4일 이후 최저치 기준환율이다. 이날 역내 위안화 환율은 6.95~6.96선을 오르내리다 장 후반 6.94로 다소 회복됐다. 최근 위안화 가치 하락세는 중국 금융 시장에 대한 우려와 경제 둔화 흐름을 반영한다. 지난주 발표된 중국의 3분기 경제 성장률은 6.5%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1분기(6.4%)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덩치가 커진 중국 경제가 미국 무역 압박 맞대응 과정에서 한번은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는 지적도 적지 않지만 중국의 부채 문제와 금융 시장 부실 등과 맞물리면서 2015~2016년 중국 증시 대폭락과 외환 시장 대혼란을 재현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최근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이란 저항선을 넘어서는 ‘포치(破七)’가 조만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달러당 위안화 가치가 향후 6개월 동안 심리적 저지선인 7위안을 뚫고 7.1위안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도이체방크도 위안화 환율이 올해 말 달러당 6.95위안 선을 기록하고 내년 말에는 7.4위안 선에 달할 것으로 보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금융 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조만간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WSJ는 올해 위안화 버팀목 중 하나였던 외국인 투자 자금 유입이 무역 전쟁 여파로 감소하기 시작한다면 위안화에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중국 경기를 지탱해 주고 있는 부동산 가격 하락세마저 뚜렷해진다면 이는 자본 유출 흐름과 위안화 급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중국 당국은 표면적으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환율 조작 경고를 의식해 환율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자제하는 모습이지만 위안화가 급격히 떨어지는 흐름을 방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위안화 가치의 급락 현상이 무역 수지를 고려한 중국 당국의 의도적인 방치 결과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트럼트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환율 시장 개입에 대해 강력한 경고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만큼 중국 당국이 노골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시장에서는 중국 금융 당국이 의도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경우 오히려 투자자 불안 심리를 자극할 수 있어 결국 시장 흐름에 맡기면서 안정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시장의 이목은 조만간 열릴 제19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 쏠리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4중전회에서 주요 정치 경제 현안에 대해 논의하면서 미중 무역전쟁 극복과 경제성장률 제고 방안, 금융시장 안정 대책 기본틀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금융 시장의 추가 동요 요인이 될 수 있는 포치를 용인할 것이냐도 논의 도마에 오를 수 있다. 홍콩 매체 보쉰은 “이번 4중전회에서는 정치 외교 군사 현안은 물론 미중 무역전쟁과 국영·민영기업들의 역할 분담, 환율 등 금융 시장 이슈에 대한 지도부의 기본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