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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24/7]안에선 학폭 상담, 밖에선 와이파이존 순찰...24시간 '언니'가 간다

■ 노원서 학교전담경찰관 황수지 순경의 하루

한명당 평균 8~10개 초중고 맡아

학교방문 상담·주변 순찰은 기본

'청소년경찰학교'선 일일교사 변신

SNS댓글 등 사이버폭력 흔적 확인

공감대 넓히려 학생들과 연극활동도

"상담후 손잡던 피해학생 부모님

빛 봤다며 고마워한 순간 생생해"

서울 노원경찰서의 학교전담경찰관(SPO)인 황수지 순경이 지난달 31일 서울 공릉2치안센터에서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일환으로 개최한 청소년경찰학교에서 참여 학생에게 경찰 제복을 입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송은석기자




“수갑을 찬 지금 이 느낌을 잊지 말아야 해요. 앞으로 인생에서 수갑을 차는 일이 없어야겠죠?”

지난달 31일 서울 노원구 내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경찰 체험을 하기 위해 노원경찰서 공릉2치안센터를 찾았다. 이날 학생들은 하루짜리 ‘청소년 경찰학교’에 입학해 경찰의 세계를 이해하고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받았다. 이들을 맞이한 노원서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은 학생들에게 경찰복을 입히고 삼단봉과 수갑 등의 장비를 체험할 수 있게 지도했다. 학생들은 난생처음 자신의 지문을 채취하고 친구들의 손목에 수갑을 직접 채우면서 “나중에 경찰로 오는 게 아니라 (죄를 지어) 유치장으로 오는 거 아니야”라고 농담을 하며 신기해했다. SPO로 활약 중인 황수지 순경은 “각종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학생들이 경찰 체험을 하면서 생각을 달리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경찰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진로를 바꾸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10개 학교 맡아 순찰 및 교육 진행=SPO는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범죄예방법과 피해신고 방법 등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전담하는 경찰이다. 지역 내 초중고교와 학원가를 돌며 학교폭력 예방활동도 펼친다.

학교폭력은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지난 2011년 또래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의 한 중학생이 유서를 통해 가해 학생의 가혹행위가 드러나면서 사회적 공분이 들끓었다. 경찰이 이듬해부터 전국적으로 SPO를 도입해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시작한 계기다.

통상 SPO 한 명이 평균 8~10개의 초중고교를 맡는다. 폭력의 정도와 양상 등이 다르기 때문에 초중고교를 골고루 맡는 편이다. 황 순경이 활동하는 노원 지역은 전국에서 학교가 가장 많은 곳으로 손꼽힌다. 등록된 초중고교만도 96개이며 대안학교까지 합하면 100여개에 이른다. 그만큼 학생 수도 많고 117(학교폭력신고전화) 신고 건수도 상위권이다. 맡은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을 상담하고 117로 걸려온 전화상담도 진행하면서 틈틈이 학교 주변과 치안 사각지대를 순찰하는데 하루가 부족하다. 황 순경은 SPO와 꾸준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비행청소년이 5명 이상 된다고 귀띔했다. 그는 “자주 가출해 쉼터를 찜질방처럼 가는 친구가 있다”면서 “중학교 1학년인 이 친구가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연락해 집으로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랜선 타고 확대되는 학교폭력=최근 노원서에서는 SPO들이 직접 수사해 검찰에 송치한 사건이 발생했다. 중학생 20명가량이 피라미드 형태로 연쇄적으로 돈을 갈취한 사건이었다. 선배가 후배에게 돈을 가져오라고 시키면 그 후배가 자기 주변 또래나 또 다른 후배에게 돈을 가져오라고 요구해 돈을 빼앗는 방식이었다.

특이한 점은 이들이 모두 같은 중학교 학생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쉽게 다른 학교 학생들과 접촉할 수 있게 되면서 청소년 비행도 학교 울타리를 넘어 확대되고 있다. 특히 SNS는 학교폭력과 각종 범죄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되는 동시에 폭력이 일어나는 주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등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SNS에서 ‘사이버 불링’으로 불리는 또래 간 집단괴롭힘이 이어진다. SPO가 학교 순찰 외에 SNS 순찰을 강화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황 순경은 “서울 SPO들은 직접 수사할 권한이 있어 다른 SPO들과 협업을 통해 사건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모두 같은 동네에 살아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수시로 순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PO들이 순찰하는 장소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비행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면서 또래 친구들의 돈을 뺏거나 폭행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 으슥한 골목길이었다. 자연히 SPO도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골목길을 중심으로 순찰활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공공 와이파이(WiFi)’가 잘 터지는 공원 같은 공공시설이 인기 장소로 부상했다.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도, 피해 학생들도 이제는 공원 내 사각지대 같은 곳에 모인다. 황 순경은 “대부분 학생들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아 자연스레 공공 와이파이가 되는 공간에 모이고 있다”면서 “공공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장소들을 순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수지 순경이 지난달 31일 서울 공릉2치안센터에서 열린 청소년경찰학교에 참여한 학생들과 수갑 체험 시간을 갖고 있다. /송은석기자


◇아이들 마음 이해하기 위해 학교폭력 관련 학생과 함께 연극 참여도=현재 SPO로 활약 중인 경찰의 성비는 반반쯤 된다. 남자 중고교는 남성 SPO가, 여자 중고교는 여성 SPO가 맡을 경우 학생들과 더 쉽게 친해지고 학교폭력을 미연에 방지하고 원만하게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각에서 신체적 능력을 이유로 여경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실제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황 순경은 “실제 경찰 업무가 범인을 검거하는 것 외에도 매우 다양하다”면서 “여성의 장점을 살려 남성 경찰보다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분야도 많다”고 말했다. 체력 역시 남성과 비교해 심각하게 떨어지는 수준도 아니다. 오히려 체육을 전공한 여경이나 형사 강력팀에서 많은 범인을 검거한 여경들도 수두룩하다.

SPO로 3년째 활약 중인 황 순경은 ‘학생들의 마음을 여는 게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한다. 가출하고 친구를 괴롭히는 학생들과 친해져 올바른 길로 이끄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노원 지역 SPO들이 학교폭력 가해·피해 학생들과 함께 학교폭력과 집단따돌림을 주제로 한 연극에 참여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황 순경은 “경찰이 된 첫해 왕따를 당해 힘들어하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을 상담해주고 나서 학부모로부터 ‘빛을 봤다. 고맙다’는 말은 들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지금도 가끔 그 학생이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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