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10주년을 맞은 올해 ‘광군제(光棍節)’가 지금까지의 각종 기록을 모조리 갈아엎으며 글로벌 최대 온라인이벤트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경기둔화 우려에 시달리는 중국의 소비가 아직은 견고함을 증명했다. 한국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이후 회복된 정서를 바탕으로 수익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11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광군제 10주년을 맞아 이날 0시 행사가 시작된 뒤 2분5초 만에 거래 규모가 100억위안(약 1조6,0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0억위안 돌파 시점(3분1초)을 56초 앞당긴 기록이다.
거래액 1,000억위안(약 16조2,000억원)을 넘긴 시점은 1시간47분26초로 지난해(9시간4초)보다 7시간 이상 빨라졌다. 특히 오후3시49분까지의 거래액이 지난해 24시간 동안의 거래액인 1,682억위안(약 27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최종적으로 하루 최대 2,220억위안(320억달러·약 36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미국 10대 온라인쇼핑 업체의 블랙프라이데이 일 매출액(50억달러)의 6배를 넘는 규모다.
광군제는 지난 1993년 난징대 학생들이 애인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위로하자는 취지에서 11월11일 파티를 열고 선물을 교환하면서 시작됐다. 광군제의 ‘광(光)’은 ‘없다’, ‘군(棍)’은 ‘작대기’를 뜻하며, ‘광군’은 잎이나 다른 가지가 없는 앙상한 가지, 결혼하지 않았거나 애인이 없는 사람을 의미한다. 작대기(1) 네 개가 겹치는 독신자의 날인 11월11일에 진행되는 광군제 이벤트는 알리바바가 자사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할인행사를 하면서 정착했다. 첫해 하루 동안의 거래금액은 5,000만위안에 불과했지만 이후 징둥닷컴 등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참가하면서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올해 예상 실적을 보면 광군제 시장이 10년 만에 4,000배 넘게 성장한 셈이다.
특히 올해는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관계개선 기운이 확산되고 있는 일본의 약진이 두드러졌고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의 관심도 예상보다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4시 현재 해외직접구매 1위 국가는 일본이 차지했고 미국이 뒤를 이어 지난해 1~2위 순위를 그대로 지켰다. 2016년 해외직구 3위에서 지난해 사드 여파로 5위권으로 밀린 한국은 올해 호주와 독일을 제치고 3위에 다시 올라섰다.
중국 신화통신은 알리바바 광군제 행사의 주요 무대인 T몰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3대 브랜드는 중국 샤오미와 미국 애플, 중국에서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영국 가전 브랜드 다이슨이라고 밝혔다.
중국 매체들은 최근 중국 경기가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둔화하는 가운데 광군제 행사에서의 온라인 거래액이 크게 늘어난 데 다소 안도하는 표정이다. 중국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올해 광군제 쇼핑 매출액 성장 추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면 향후 실물경제가 소비심리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지표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광군제 행사에 맞춰 미리 올려놓은 가격을 이날 대폭 할인하는 눈속임이 또다시 극성을 부렸다는 비난은 여전했다.
한편 알리바바의 상징이자 매년 광군제 최대의 화제 인물이던 마윈 회장은 10일 밤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벤츠아레나에서 시작된 광군제 갈라쇼에 나오지 않아 미묘한 그림자를 남겼다. 지난해 갈라쇼 무대에 무술인 차림으로 등장해 리롄제 등 중국 액션스타들과 함께 쿵푸쇼를 연출한 마 회장은 올해 갈라쇼에서 택배 배달원 등과 대결하는 동영상에만 등장한 채 관객석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9월 ‘1년 후 은퇴’를 선언하며 중국 당국의 외압 의혹을 남긴 후유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