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기대는 별로 없는데 그래도 경제 수장이 바뀐 만큼 지금보다는 자본시장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임원이 최근 발표된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9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청와대 정책실장이 교체되는 등 새 경제 컨트롤타워가 발표됐지만 금융투자 업계가 거는 기대감은 전과 다름이 없다.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포용적 성장이라는 기틀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밝히는 등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본시장을 총괄하는 금융당국의 수장들은 그대로다. 윗선의 생각에 큰 변화가 없다면 자본시장에 대한 정책 방향도 현재의 상태가 이어질 것이다.
가을의 끝자락에 있는 여의도 증권가는 떨어지는 낙엽처럼 활기를 잃었다. 연초만 해도 코스피지수 3,000 시대가 올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었지만 지금은 반등은커녕 더 이상 떨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유일한 바람일 정도다. 증권가의 기대도 싸늘히 식었지만 개인투자자들 역시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같지 못하다.
지난달 주가가 급락하던 시기 정부와 금융당국의 자본시장에 대한 무관심과 방치를 경험하고 증시가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는 접힌 듯하다. 자본시장의 꽃인 주식시장 역시 침체를 이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주식시장의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연중 최저 수준인 23조원대로 주저앉은 상태다. 최고치였던 31조7,864억원(1월29일)에서 8조원가량 줄었다.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기업 실적에 환율·유가·경제성장률 등 다양한 실물경제 지표가 작용하지만 다른 한 중심에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곳이다. 10월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지만 금융당국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을 뿐이다. 그나마 실효성도 의심되는 대책이었다. 오죽했으면 투자자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수십 건의 글을 올리며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을까.
자본시장을 대하는 문재인 정부의 태도는 어느 정권보다 소홀하지만 주식시장은 기업의 자금조달 시장으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발행어음은 개인의 자산 증식을 돕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 등의 모험자본 공급으로 국가 경제 발전에도 기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경제위기라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어 2기 경제팀에도 자본시장은 여전히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처럼 마냥 방치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주식시장을 통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고 국가 경제가 살아나는 촉매제를 만들 수도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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