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두 차례 경험한 이청용(30·보훔)이 기회를 만들고 아시안게임 득점왕 황의조(26·감바 오사카)가 마무리한다.
벤투호 3기에서 축구 팬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득점 공식은 바로 이 패턴이 아닐까.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올해 마지막 스케줄을 앞두고 있다.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호주로 넘어간 대표팀은 17일 오후5시50분 호주와, 오는 20일 오후7시 우즈베키스탄과 원정 2연전을 치른다. 8월 벤투호 출범 후 세 번째 소집이자 첫 원정이며 2018년 마지막 대표팀 일정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2위 호주(한국은 53위)는 직전 아시안컵인 2015년 대회 우승팀. 시드니에서 치른 결승에서 연장 접전 끝에 한국을 2대1로 눌렀다.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릴 아시안컵에서 59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에 더없이 좋은 스파링 파트너다. 이번 평가전이 열릴 브리즈번의 선코프스타디움은 2015년 1월 아시안컵 A조 3차전에서 호주와 맞붙었던 장소이기도 하다. 당시 한국은 이정협의 결승골로 1대0으로 이겼다. 호주와 역대 A매치에서 9승8무9패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도 3년9개월여 만의 만남을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벤투호 3기에는 손흥민(토트넘)·기성용(뉴캐슬)은 소속팀에 전념하기 위해, 황희찬(잘츠부르크)·정우영(알사드)·김문환(부산)은 부상으로 빠졌다. 수비 핵인 장현수(FC도쿄)는 병역특례 봉사활동 서류 조작으로 대표팀에서 퇴출당한 상황. 국내 2부리그(K리그2)에서 외국인 공격수들을 제치고 득점 1위(16골)를 달리는 나상호(광주), 일본 가시마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힘을 보탠 수비수 정승현, 중국 톈진 수비수 권경원 등 새 얼굴들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실험도 실험이지만 ‘이기는 습관’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청용·황의조 조합에 단연 기대가 쏠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던 이청용은 올 시즌 독일 2부 보훔으로 옮긴 뒤 재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일 1도움 등 벌써 시즌 4도움을 올려 2경기 연속 독일 키커지 선정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뽑혔고 5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으로 입지를 굳혔다. 측면이 익숙하던 이청용은 보훔에서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해 정확한 패스와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호평받고 있다. 전성기 시절의 세밀한 패스 센스를 되찾은 듯 보이는 이청용이 대표팀에서도 장기를 발휘한다면 황의조의 결정력과 이상적인 조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8월 아시안게임에서 7경기 9골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황의조는 아시안게임에서 보인 골 결정력을 소속팀으로 그대로 옮겨온 것 같은 모습이다. 수비를 달고 가운데로 이동하며 빠른 타이밍에 슈팅으로 연결하고 탁월한 위치 선정으로 손쉽게 골망을 가른다. 황의조는 10일 결승골을 포함해 6경기 연속골로 팀의 일본 J리그 잔류를 확정 짓는 등 리그 16골을 몰아넣고 있다. A매치 15경기 2골의 그는 벤투호 출범 후 4경기에 모두 출전해 지난달 우루과이전(2대1 승)에서는 선제골도 넣었다. 손흥민의 페널티킥이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놓치지 않고 밀어넣었다. 황의조는 A매치 79경기(8골) 경험을 자랑하는 이청용과의 호흡을 통해 또 한 번의 센세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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