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폐기물이 무더기로 필리핀에 불법 유입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현지에서 한국을 겨냥한 환경단체 시위가 벌어졌다. 세계 최대 쓰레기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수입을 중단한 이후 한국에서 배출된 쓰레기가 동남아시아로 대거 몰리고 있다는 게 필리핀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우리 정부도 이번 사태와 같은 ‘불법 쓰레기 수출’에 대해 강경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필리핀 환경단체 ‘친환경쓰레기연합’ 회원 등 수십 명은 이날 오전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한국 대사관을 향해 “당신들의 쓰레기를 되가져가라. 필리핀은 부유국의 쓰레기 매립지가 아니다” 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한동만 주필리핀 한국대사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도 한국의 쓰레기 불법투기를 비판했다. 필리핀 환경천연자원부(DENR)에 따르면 지난 7월 21일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5,100톤의 컨테이너 화물이 들어왔다. 폐기물 재활용 설비를 운영하는 현지 기업이 합성 플라스틱 조각이라고 신고하고 수입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일회용 기저귀와 배터리, 전구, 전자제품 등 폐기물들이 가득했다. 심지어 쓰레기를 수입한 기업은 재활용품 수입업자로 등록되지도 않은 곳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은 중국이 올해 1월 플라스틱 등 폐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하면서 엄청난 양의 갈 곳 잃은 쓰레기가 동남아 국가들로 향하고 있는 탓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필리핀에 수출한 플라스틱 폐기물량은 지난해 4,398톤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필리핀 수출량은 1만1,588톤으로 이미 2017년 한 해 수출량의 2.6배를 넘어섰다. 반대로 대중국 수출량은 올해 1~9월 9,379톤으로 2017년 수출량(11만9,575톤)의 8% 수준으로 줄었다.
필리핀 정부는 불법 수입된 폐기물을 전량 한국으로 돌려보내고 해당 기업과 관련자를 기소할 방침이다. 우리 정부도 강경 조치에 나섰다. 환경부는 관세청과 함께 필리핀에 쓰레기를 보낸 수출업체에 대해 현장 확인을 한 후 반송 및 고발 조치를 서두를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배출된 폐기물은 분리·선별 후 재활용 또는 열원으로 활용하거나 소각 처리토록 하고 있다”며 “분리·선별·세척하지 않은 폐기물 수출은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김창영기자 세종=빈난새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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