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대통령의 부인을 사칭해 광주·전남 유력 인사들에게 사기를 친 40대 여성이 경찰에 잡혔다. 피해자 가운데는 무려 4억5,000만원을 뜯긴 윤장현(69) 전 광주시장도 있었다.
23일 광주지방검찰청과 전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영부인을 사칭해 금품을 뜯어낸 혐의로 A(49)씨를 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지방 유력 인사 10여명에게 휴대폰 메시지를 보내 자신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라고 속여 돈을 뜯어냈다. 특히 이 중에는 딸 사업 문제로 돈을 빌려달라는 말에 이듬해 1월까지 4억5,000만원을 송금한 윤 전 시장도 포함됐다. 일부 인사는 A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기도 했으나 A씨는 경상도 사투리로 응답하며 피해자를 속이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 밖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라고 거짓말을 하며 접근한 경우도 있었다. A씨는 사기를 의심한 한 유력 인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결국 검거됐다. A씨는 과거 민주당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며 유력 인사들의 휴대폰 번호를 알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시장은 광주시장으로 재직했던 지난 3월 자신의 재산을 총 6억9,480만원이라고 신고했다. 신고가 사실이라면 윤 전 시장은 전 대통령 부인의 부탁에 차용증도 없이 전 재산의 절반 이상을 선뜻 내준 셈이다. 공교롭게도 윤 전 시장이 돈을 보낸 시기는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을 바로 앞둔 때였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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