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활발한 페이스북 정치를 가동하며 다방면으로 위기에 빠진 ‘청와대 구하기’에 나섰다. 악화한 소득 및 고용지표와 비서관 음주운전 파동 등으로 수세에 몰린 청와대가 조 수석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사정과 인사를 총괄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여론전의 선봉에 나서는 모양새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정치권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조 수석은 25일 오전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반이 지났지만 경제성장 동력 강화 및 소득 양극화 해결에 대해서는 부족함이 많기에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이 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가슴 아프게 받아들인다. 정치·정책은 ‘결과책임(Erfolgshaftung)’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이어 문재인 정부의 다양한 국정과제 성과를 소개하면서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여전히 배고프다. 정부가 아무리 노력했더라도 국민이 부족하면 부족한 것이다”고 했다. 조 수석은 또 “문재인 정부는 이를 직시하고 이후 경제성장 동력 강화 및 소득 양극화 해결을 위한 가시적 변화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한번에 ‘비약’은 못 할지라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고 밝혔다.
조 수석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이영자(이십대·영남·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이 이탈하고 김종천 의전비서관의 음주 파동으로 청와대 내부 기강 문제가 불거진 시점에서 나온 것이라 더 주목된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에 대한 청와대 내부의 위기감이 커졌고 이를 수습하는 차원에서 조 수석이 나선 모양새로 읽히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개인의 생각을 페이스북을 통해 전하는 것”이라면서도 “최근 내부에 불미스러운 사건도 있었으니 내부 기강을 다잡고 참모들이 다시 힘을 내자는 독려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이에 앞서 전통 지지세력인 민주노총 등을 향해 날 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조 수석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참여연대·민변만의 정부가 아니다”라며 “시민사회의 요구를 일거에 다 들어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이처럼 정권 비판론이 커질 때마다 페이스북 정치를 통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올해 8~9월에는 소득주도 성장, 부동산 대책 등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지지하는 게시물 링크를 잇따라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후 주로 사법개혁과 적폐 청산 등과 관련된 게시물을 올렸으나 이날 다시 경제문제를 꺼내 들며 영역을 넘나드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통령 비서가 자기 정치를 한다’는 논란과 함께 청와대가 정책 수정보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여론전에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임 실장은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 사업이 유엔의 제제 면제를 인정받았다. 한미 공조를 통해 이룬 결실”이라며 “과거의 틀에 우리의 미래를 가두지 않아야 한다. 멀리 도모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해본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임 실장이 두 달여 만에 페이스북 정치를 재개한 것 역시 남북관계 개선 성과를 강조하며 이탈하는 지지층과 악화한 여론을 되돌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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