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을 두고 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어 온 이탈리아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예산안을 수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밀라노 증시가 급등하고 이탈리아 국채 가격이 상승하는 등 이탈리아의 달라진 태도에 시장이 환호하는 분위기다.
26일 로이터통신은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이 현지 라디오 매체와의 회견을 통해 “재정적자가 다소 줄어드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약속한 조치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빼놓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디 마이오 부총리 발언이 저소득층을 위해 도입한 기본소득과 연금 수령 연령 하향 등 내년 예산안에 반영된 주요 공약에 손을 대지 않는 한 정부가 당초 제시한 재정적자를 어느정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내각의 또 다른 핵심 실세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부 장관도 “누구도 2.4%라는 수치에 매몰돼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국내총생산(GDP)의 2.4%로 설정한 재정적자 규모를 수정할 의향이 있음을 나타냈다.
이들의 이 같은 발언은 EU의 압력에 굴복해 예산안의 소수점 하나도 고칠 수 없다고 완강한 입장을 고수해온 지금까지 입장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로이터는 이탈리아 정부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탈리아가 재정적자를 GDP의 2% 아래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재정적자를 전임 정부의 계획보다 3배 많은 GDP의 2.4%로 정한 내년 예산안을 EU에 지난 달 제출해 EU와 금융시장의 우려를 사 왔다.
EU는 회원국들이 예산을 편성할 때 재정적자 상한선을 GDP의 3%로 정해 놓았지만, 이탈리아는 이미 GDP의 131%로 그리스에 이어 역내 2위인 막대한 국가 부채를 안고 있어 2.4%의 재정적자도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EU는 이러한 이유로 한 차례 이탈리아 정부의 예산안을 반려하고, 회원국들과의 협의를 거쳐 과징금 부과 등 사상 초유의 제재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이탈리아를 압박해왔다.
이날 이탈리아 정부의 달라진 태도에 U와의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날 밀라노 증시는 이날 오전 3% 넘게 급등했다.
수치가 커질수록 시장이 불안함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 10년물의 금리차(스프레드)는 280bp까지 하락해 지난 달 초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