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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광장은 쉬고 공장은 돌아야 한다

김현수 산업부장

제조업 가동률 72% 그쳐도

민노총은 '촛불 청구서' 남발

약자 아닌 기득권 집단 자인

공장 멈춘다면 일터도 소멸

근로 주체다운 모습 보여야





12월1일 민주노총이 주축인 민중공동행동이 전국민중대회를 예고했다. 사상 처음으로 국회를 에워싼 후 행진을 한다고 한다. 이번주 말도 시청이나 광화문·여의도 쪽으로의 외출은 일찌감치 포기해야겠다. 주말에 가끔 찾는 시청 근처의 우동가게가 있다. 날씨가 추워지며 주말 손님이 쏠쏠하지만 우동가게 사장님은 이번주 말도 장사를 접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민중공동행동은 “촛불정권이 달라진 게 없다”라고 주장하며 △친(親)재벌정책 폐기 △적폐청산 촉구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한다. 특히 민주노총의 10대 요구안에는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와 같은 현안은 물론 전교조 합법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철수, 세월호 침몰 사고 전면 재조사 등 묵혀뒀던 이슈를 들춰내고 있다. 촛불청구서라는 말이 과언은 아니다.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 ‘집회 시위의 자유’를 인정한다 해도 민주노총 등의 행태와 요구는 도를 넘어섰다. 학익진(鶴翼陣)으로 국회를 에워싸겠다는 말은 마치 선전포고인 듯 들린다. 3년 전 촛불집회는 시대정신이었다. 민주노총의 투쟁력과 조직력·자금력이 큰 역할을 했지만 주인공은 시민이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등 민주노총의 요구에 촛불정권이 이미 답을 했음에도 촛불청구서를 계속 들이민다. 결국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를 주축으로 한 민주노총은 사회적 약자가 아닌 기득권 집단일 뿐이라는 사실을 민주노총 스스로 확인시켜주고 있다. 일자리 세습이나 유성기업 사태에서 보여준 폭력성에 대한 사과조차 없는 민주노총에 시민의 주말을 헌납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민주노총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촛불 집회에 참여했던 시민이 모두 민주노총 조합원은 아니다.

폭주하는 민주노총은 지난 2003~2004년을 떠올리게 한다. 2003년 6월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를 떠났고 2018년 1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거부하고 있다. 2004년 11월 민주노총은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노무현 대통령이 노동자를 탄압하고 미국과 신자유주의의 앞잡이가 됐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1일 나올 구호도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이 촛불청구서를 들고 광장과 도심을 누비는 가운데 9월까지 제조업 가동률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인 72.8%를 기록했다. 10곳 중에 3곳의 공장은 가동을 멈췄다는 의미다. 투자 부진으로 생산이 탄력을 받지 못하면서 가동률의 발목을 잡았다. 물론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3~5년의 중장기 계획인데다 첨단산업에 집중돼 가동률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소기업의 투자에까지 낙수효과가 나타나지는 못하고 있다. 자칫 투자부진→생산능력 저하→가동률 하락이라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가 제조업의 유턴에 파격적인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제시했지만 제조업은 이미 국내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시장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해외 사업장이 있는 중견 이상 제조업체 150곳에 설문을 받은 결과에 따르면 국내 유턴을 고려 중인 기업은 단 2곳에 불과했다. 해외사정이 악화된다 해도 전체 기업의 96%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다. 국내보다 해외가 그래도 일감이 더 많다는 이유가 압도적이지만 고임금과 노동시장의 경직성이라는 답도 만만치 않았다.

기본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노동조합의 사전적 의미는 ‘노동자가 주체가 돼 자주적으로 단결해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기타 노동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이다. 주체는 노동자다. 노동자는 일을 해야 하고 일감이 있어야 한다. 공장이 멈추고 문을 닫는다면 노조도 노동자도 설 자리가 없다. 그리고 또 하나 자기 이익만을 대변하는 노조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hs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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