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마존도 언젠가 망해 파산할 것이라고 본다. 대기업의 수명은 30년 정도이지 100년이 아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미국 시애틀에서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마존에 대마불사는 없다”며 한 말이다. 이 발언은 오프라인의 유통 공룡이던 시어스 백화점의 파산에서 얻은 교훈을 이야기한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유럽연합(EU)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 느끼는 압박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1일 시장조사기관 e마케터에 따르면 올해 아마존의 미국 내 온라인 판매 점유율이 48%를 기록해 지난해(43%)보다 올라갈 전망이다. 다른 조사업체인 시너지리서치그룹도 최근 보고서에서 아마존의 AWS 서비스가 미국의 전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의 34%를 점유해 선두를 달리고 있다며 회사 성장성을 낙관했다. 아마존이 제2 본사 건설에 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자 전 세계 238개 도시들이 유치전에 뛰어들 만큼 아마존은 높은 인기를 누려왔다.
하지만 아마존은 안방과 해외 주력 시장에서 집중 견제를 받으며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창고 근로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악덕 기업이라는 비판이 커졌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존이 세금은 거의 내지 않으면서 미국 우편 서비스에 무임승차해 거대 이익을 얻고 있다고 타박하고 있다. 또 아마존은 제2 본사를 추진하면서도 1년 동안 미국의 후보 도시들이 ‘인센티브 경합전’을 벌이게 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등 경쟁국에 고율 관세를 물리며 자국 제조업체들을 감싸고 돌지만 아마존에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베이조스 CEO가 트럼프 대통령과 적대적인 진보신문 워싱턴포스트(WP)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거대 기업들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심각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 세 기업을 가리키며 “우리는 대단히 심각하게 살펴보고 있다”며 “우리는 확실히 들여다보고 있으며 대부분이 그렇게 추측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연합(EU)이 구글에 반독점법 위반으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을 제재한 것과 관련해 “EU는 우리 기업들로부터 많은 돈을 가져간다”며 EU가 아니라 미국이 그 일을 해야 한다며 압박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 길들이기’에 나서자 야당인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언론 탄압을 의회 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은 미국 최대 쇼핑 특수인 블랙 프라이데이(11월 23일)를 앞두고 고객 명단·이메일 유출 사고를 일으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아마존은 기술적 오류에 의해 일부 고객 이름과 이메일 주소가 노출된 사실을 시인한 뒤 해당 고객에게 사과 메일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EU가 무역시장에서 주도권 싸움을 벌이면서 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해 온 아마존은 EU의 주요 타깃이 됐다. 독일 반독점당국인 연방카르텔청은 지난달 29일 아마존이 독일 최대 전자상거래 시장이자 유력 유통기업으로 활동하면서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이 독일 최대의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을 운영하면서 입점사를 상대로 결제대금 지불 지연, 무단 계좌 차단, 고객 정보 도용 등의 혐의를 벌였다는 것이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도 지난 9월부터 아마존이 입점사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해 경쟁우위를 얻었는지 조사에 돌입했다. 미국과 유럽 간 무역갈등 국면에서 EU가 아마존·애플·구글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때리기에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이번 결정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조치로 해석된다. 연방카르텔청은 “아마존이 독일 판매자들에게 미친 영향을 조사하는 데 주력하겠다”면서도 EU와 독일에서 진행되는 두 조사에 대해 “서로 보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혀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었다. 독일 물류창고 직원들의 파업으로 가뜩이나 골머리를 앓고 있는 아마존은 “반독점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중소업체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이처럼 여러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아마존의 실적 둔화 조짐이 일고 있다. 앞서 아마존이 발표한 올 3·4분기 매출은 566억 달러로 월가 전망치(571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순이익은 28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0배 이상 늘었지만 예상을 밑돈 매출로 투자자들의 매도가 빗발쳤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아마존은 지난 10월 26일 마이크로소프트(MS)에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내줬다. 인터넷매체 쿼츠는 “금융위기 이후 10월은 아마존에 최악의 한달이었다”면서 “아마존이 월마트, 타깃 등 경쟁사들로부터 강력한 도전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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