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 개혁과 관련한 대법원 자체안 마련을 위해 일선 판사들이 비공개 난상토론을 펼쳤다.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법관 설문조사, 법원장·대법관회의가 줄줄이 예고돼 있어 김명수 대법원장이 최종적으로 어떤 개혁안을 선택할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7일 ‘사법발전위원회 건의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이 건의한 개혁안을 법원 마음대로 원점 수준에서 재검토하는 만큼 ‘셀프 개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법원은 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사법행정제도 개선에 관한 자체 토론회를 열고 사법부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끝장토론을 펼쳤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후속추진단이 건의한 사법행정회의의 권한과 구성, 법원행정처 조직 분리, 법관 인사 이원화 등을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다뤘다. 이번 토론회는 후속추진단이 제안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법원 의견을 듣겠다는 김 대법원장 의지에 따라 마련됐다.
발제자로 나선 김민기 부산고법 고법판사는 “후속추진단이 제안한 대로 사법행정회의에 각급 기관장에 대한 임명권·지휘권을 전부 이관하는 것은 현재 대법원장이 이를 독점한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며 “사법행정회의의 역할과 위상이 의사결정 기구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인적 구성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지원 변호사는 “사법행정회의의 권한 남용은 기우일 가능성이 높다”며 “법원행정처의 권한 분산만으로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맞받아쳤다.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사법행정 개혁과 관련한 법원의 의견수렴 절차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우선 4일 사법발전위원회 회의가 ‘판사회의 권한 실질화 및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며 5일부터 12일까지는 사법행정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전국 판사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가 진행된다. 이어 7일에는 대법원에서 전국법원장회의를 열리며 수렴된 의견은 김 대법원장이 참여하는 대법관회의가 최종 검토할 예정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법원행정처 개편 방안은 지난 70년간 사법부가 유지해 온 사법행정의 체계와 근간을 바꾸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직접 국민과 소통하며 재판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법원 가족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를 통해 결정될 법원 자체 개혁안이 ‘셀프 개혁’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비판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당장 후속추진단장인 김수정 변호사부터 지난달 22일 “사법발전위원회 다수의견을 채택하지 않는다면 이는 개혁의 후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역시 이날 ‘2018년 한국 인권보고대회’를 열고 “현재 대법원이 진행하는 법원행정처 폐지 등은 엄밀히 법원 ‘행정’의 개혁일 뿐”이라며 “각계가 참여하는 범정부적인 사법개혁 추진 기구를 구성해야만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법원행정처는 사법 개혁의 일환으로 의정부지법과 대구지법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시범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이달 28일까지 3인 내외의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공지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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