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 검사입니다. 옆은 △△△ 수사관입니다.”
경찰서로 들어선 곰사장(김민재 분)과 춘식(박지환 분)의 목소리는 다소 떨렸다. 입으로는 “수사를 위해 증거물을 넘겨받으러 왔다”고 했으나 행동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어색했다. 이들이 검사·수사관을 사칭한 탓이다. 두 사람의 목에는 검사·수사관이란 신분을 증명하는 공무원증이 걸려있었으나 이는 위조된 것이었다. 이들이 경찰서에 와서 검사·수사관을 사칭한 것은 강동철(마동석 분)의 아내인 지수(송지효 분)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기태(김성오 분)는 지수를 납치하면서 강동철에게 돈 가방을 보냈다. ‘돈을 받고 아내를 포기하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강동철은 이를 거부했다. 기태는 “돈을 다시 가져오면 아내를 돌려주겠다”고 했고 곰사장과 춘식이 강동철을 대신해 경찰서에서 증거로 보관 중인 돈 가방을 빼내려 한 것이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성난황소’의 한 장면이다. 극 중이기는 하나 이들의 검사·수사관 사칭은 명백한 범죄행위다. 형법 118조 공무원 자격 사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은 ‘공무원의 자격을 사칭해 그 직권을 행사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한다. 다만 누구나 검사, 수사관, 경찰 등을 사칭했다고 해서 공무원자격사칭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법률상 명시하고 있는 ‘직무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사칭 대상이 하는 직무와 일정 관계가 있는지에 따라 공무원자격사칭죄 또는 사기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무원자격사칭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사칭 대상이 명확해야 하고 또 해당하는 직무와 범죄행위가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직무를 악용하지 않고 단순히 사칭한 때에는 사기죄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찰관을 사칭해 여자친구의 가족 등에게서 거액을 뜯어낸 경비업체 직원의 경우 사기죄로 징역 3년이 선고된 바 있다. 금품을 노리고 상대편을 속였을 뿐 직무와 연관이 없는 만큼 사기죄가 적용된 것이다. 반면 상대 노조위원장 후보의 비리를 캐려고 검사·검찰 수사관을 사칭하고 피해자를 감금한 이들에 대해서는 공무원 사칭 혐의가 적용돼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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