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태양전지 소재로 각광받는 ‘납 페로브스카이트(Pb-based Perovskite)’의 대안으로 제시된 ‘납 없는 페로브스카이트(Pb-free perovskite)’를 활용할 방안이 제시됐다.
4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따르면 이 대학 권태혁 자연과학부 교수팀은 ‘납 없는 페로브스카이트’를 기존과 다르게 활용해 태양전지 재료로서 가능성을 열었다. 이 물질을 유기염료 감응형 태양전지에서 전하(Charge)를 전달하는 역할로 활용해 효율은 물론 안정성까지 높인 것이다.
납 페로브스카이트는 태양전지 재료로 활용했을 때 효율이 아주 높아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납이 인체에 중독을 야기할 수 있고, 대기 중에서 불안정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납 없는 페로브스카이트는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안됐지만 효율이 너무 낮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에 쓰인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은 납(Pb) 대신 주석(Sn)을 쓰는 Cs₂SnI6이다. 납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대기 중에서 안정성도 높아 실제 상용화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이 물질에서 전하가 전달되는 구체적인 원리가 밝혀지지 않아 각종 소자의 재료로 이용되지 못했다.
권태혁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Cs₂SnI6에서 전하 전달이 ‘표면 상태(Surface State)’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밝혔다. 표면 상태는 물질 표면에 가까운 원자층(Atom ic Layer)인데, 광학 반도체 물질 내에서 전하가 머물거나 다른 곳으로 이용하는 경로 역할을 한다.
제1 저자인 신현오 UNIST 화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Cs₂SnI6에서는 다른 물질에서 받아들인 전하가 표면 상태를 통해서 이동하는 성질이 있었다”며 “이 사실은 납 없는 페로브스카이트를 이용한 에너지와 전기 소자를 제작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전략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표면 상태에서 전하가 전달되는 Cs₂SnI6을 적용한 소자 성능을 높이려면, 표면 상태의 에너지 수준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 전하를 주고받는 다른 물질이나 지점과 표면 상태의 에너지 수준의 차이가 커야 전하가 더 잘 전달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런 전략을 바탕으로 Cs₂SnI6를 유기염료 감응형 태양전지의 전하 재생제(Charge Regenerator)로 활용해 하이브리드 태양전지를 제작했다. 유기염료 감응형 태양전지는 햇빛을 받아 산화된 유기염료가 전하를 받고 원래대로 되돌아가려는 과정에서 전류가 생성된다. 전하 재생제는 전하를 전달해 유기염료를 원래대로 재생시키는 물질을 뜻한다.
또 다른 제1저자인 김병만 UNIST 화학과 박사는 “Cs₂SnI6 표면 상태와 연계성이 뛰어난 유기염료에서 전하가 잘 전달돼 전류가 많이 발생했다”며 “이때 전류는 기존 유기염료 감응형 태양전지에서 전하 재생제로 쓰던 요오드 전해질보다 80%가량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Cs₂SnI6의 전하전달 메커니즘을 밝히고, 이 내용을 소자로 구현해 입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향후 Cs₂SnI6가 활용된 소자를 설계하는 데 길잡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태혁 교수는 “납 없는 페로브스카이트가 나아갈 방향 중 하나로 유기염료 감응형 태양전지를 융합한 ‘하이브리드 태양전지’를 제시했다”며 “이번에 밝힌 전하전달 메커니즘을 활용하면 납 없는 페로브스카이트를 더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GIST 방윤수 교수팀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재료화학 분야의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 11월 3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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