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사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왔기 때문에 2차 회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북한은 지금까지 약속에 부응하지 않았다”며 “그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하나의 정상회담이 생산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라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위해 문을 열어놓았다. 이제 그들이 걸어 들어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CNN은 볼턴 보좌관이 북미정상회담 시기를 내년 1·2월이라고 재확인하고 미국이 새해 시작 후 얼마 안 돼 2차 회담을 밀어붙일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미국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적극적 비핵화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북한으로서는 감정이 상할 것으로 보인다. 1차 북미정상회담 직전 풍계리 핵실험장을 국제기자단 참관하에 폭파했고 회담 이후에는 동창리 엔진실험장을 부분 해체했으며 미군 유해도 송환했는데 볼턴 보좌관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왔다’고 평가절하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 인권에 대한 압박도 이어갔다. 로라 스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 대행은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 해외 노동자들은 임금을 챙길 수 없고 어떤 종류의 자유도 없다”며 이들을 ‘노예노동자’로 칭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5일 전했다.
이런 가운데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4일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만나 “북한과 시리아가 같은 ‘적’을 마주하고 있다”며 “협력을 강화하자”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사실상 미국을 적으로 표현하며 날은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도 5일 ‘북남관계를 희생물로 삼으려는 날강도적 심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속도조절론을 내들고 북남관계를 사사건건 가로막고 있는 미국의 책동이야말로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려는 우리 민족의 뜨거운 열망에 대한 악랄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리 외무상은 6일부터 오는 8일까지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중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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