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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황제까지 '침체 경고'…18시간만에 돌아선 트럼프

[미중 통상전쟁]

◆ 관세유예 막전막후

국채 투매에 금융위기 우려 커져

연 1700조 달하는 국채 이자도 부담

유예 발표전 공화 의원 등과 통화

정책변경 필요성 느껴 방향 선회

다이먼 "협상해야" 인터뷰도 영향

中 고립 심화시켜 타협 유도 포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상호관세 발표 이후 주식시장 폭락에도 꿈쩍 않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세계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이후로 전격 연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채 시장 발작과 경기 침체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라는 해석과 함께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계산된 행위였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대(對)중국 관세를 125%까지 때리며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톱다운 협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우선 국채 투매에 따른 금융위기 가능성이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관세 유예 발표 직후 X(옛 트위터)에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관세 유예를 어떻게 설득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우리는 답을 얻었다. 바로 국채 시장”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 국채금리 급등이 관세 유예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이달 4일 4.422%에서 전날 4.777%로 35.5bp(bp=0.01%포인트) 올랐다.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같은 기간 29.5bp 상승했다. 로이터통신은 10년물 국채의 주간 상승률은 현재까지 2001년 이후 가장 높고 30년물 금리의 최근 3일 상승치는 1982년 이후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0일 관세 유예 결정에 대해 “결국 트럼프가 혼돈에 빠진 채권시장에 굴복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로서는 2022년 영국 총리 리즈 트러스가 대규모 감세(減稅)와 대규모 정부 차입을 함께 추진했다가 영국 채권 시장의 붕괴를 맞고 굴욕적으로 사임했던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 나온 많은 징후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금융위기의 징후”라며 “단순한 시장 스트레스가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원인”이라고 우려했다. 재정 적자도 트럼프 대통령에겐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는 지난해 국채 이자로만 1조1330억 달러(약 1657조원)를 지불했는데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은 피하고자 한 것이다.

상호관세 부과 유예 발표 이후 30년물은 4bp가량 하락하며 투매가 멈췄지만 10년물은 매도세가 이어졌다. BNP파리바 자산관리의 최고투자어드바이저인 그레이스 톰은 “시장은 중국과 다른 국가들이 관세에 대한 보복 무기로서 보유한 미국 국채를 내던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 참여자는 관세 협상의 일환으로 일본이 경매를 통해 채권을 매입할 가능성을 제기했다”며 “관세 감면의 대가로 채권을 매입하는 것은 ‘마러라고 협정의 라이트 버전’과 같은 조치”라고 평가했다. 앞서 스티븐 미런 백악관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미국이 관세를 앞세워 상대국에 미국 100년물 등 장기채를 매입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마러라고 협정’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며 타협을 모색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조지타운대의 에반 메데이로스 교수는 “(관세 유예로) 다른 나라들이 모두 미국과 협상을 하고 무역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중국에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중국은 고립되고 더 큰 압력에 직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협상의 문도 열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나는 시 주석을 잘 알고 그들은 아직 방법을 모르지만 협상을 원한다”며 “모든 국가와 협상이 이뤄질 것이고 중국과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대(對)중국 관세를 더 올릴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가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증폭되면서 내년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우려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석에서 “관세정책이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공황을 초래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8일 저녁부터 9일 오후까지 18시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무역 참모들이 여러 공화당 의원, 외국 지도자들과 대화하면서 정책 변경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통 대통령의 전화는 백악관 비서실장이 받는데, 수지 와일즈 비서실장에게 지난 며칠 동안 기업 경영진 등의 관세에 대한 우려 표명 전화가 쇄도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이 8일 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해 관세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9일 아침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폭스뉴스에 출연해 “세계 무역이 불공정하다고 결론짓는 것이 완전히 합리적”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으로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이 높다.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시청한 것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WSJ는 “채권시장 폭락과 다이먼 회장을 포함한 재계 지도자들의 우려를 들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본능에 의지해 방향을 바꿨다”고 짚었다.

미국과 전 세계의 관세 전쟁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미중 무역 전쟁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양국 간 상품 교역이 최대 80%까지 감소할 수 있고 글로벌 경제가 두 개의 블록으로 갈라지면 전 세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장기적으로 약 7%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중 갈등이 관세 이외로도 확대될 수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미국 증권거래소에서 중국 주식을 상장폐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286개, 시가총액은 1조 1000억 달러(약 1596조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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