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전국 법원장들이 사법개혁 후속추진단이 내놓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르면 오는 12일께로 예상되는 법원 자체 개혁안이 기존 후속추진단 안과는 상당 부분 달라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한 전국 법원장 39명은 7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에서 정기 전국법원장회의를 열고 사법행정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토론을 진행했다. 특히 오후부터 진행된 자유 토론에서는 지난달 7일 ‘사법발전위원회 건의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이 제안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다양한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장들이 각급 법원에서 수렴한 의견 중에는 사법행정회의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견해, 자문기구로만 남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또 중요사항에 관한 심의·의결기구로 존재해야 한다는 의견과 포괄적 심의·의결기구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모두 후속추진단이 내놓은 개혁안보다는 훨씬 보수적인 입장이었다.
앞서 후속추진단은 대법원장의 권한을 법원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로 대폭 이양하는 안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제안한 바 있다. 해당 안에 따르면 사법행정회의는 위원장인 대법원장을 포함해 총 11명(법관·비법관 각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여성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사법행정회의와 추천위원회 위원 일부는 반드시 여성으로 구성하도록 정했다. 사법행정회의 산하에 법관인사운영위원회를 설치해 판사 전보·해외연수 등 법관 보직인사권까지 총괄한다. 대법원장의 권한은 헌법상 권한과 상고심 재판장, 대법관회의 의장 등으로 제한했다. 이날 후속추진단의 이 같은 개혁안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의견은 극소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관계자는 “전국 법원장들은 수렴한 법원 내 의견과 함께 사법행정회의의 역할과 위상, 그 권한 범위에 관해 개인 의견도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날 전국법원장회의가 사법행정제도 개선 방안에 머리를 맞댄 것은 후속추진단이 제안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법원 내부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는 김 대법원장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법원장의 지시에 따라 법원은 지난 3일 대법원에서 판사들과 법원 공무원이 모두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고 4일부터 10일까지 자체 설문조사에 돌입했다. 이날 전국법원장회의 결과까지 지켜본 법원은 대법관회의를 거쳐 오는 12일까지 최종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날 법원장들의 지적을 반영해 사법행정회의의 역할을 기존보다 크게 후퇴한 방향으로 개선안이 마련될 경우 ‘셀프 개혁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에 법원 내 의견 수렴으로 개혁안을 만들 것이었다면 김 대법원장이 민변 출신 김수정 단장 등 후속추진단을 왜 꾸렸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 대법원장은 “그동안 사법부 자체조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로 인해 많은 분들이 사법부의 신뢰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법원 추가조사와 특별조사, 검찰 수사에 대한 협조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법부가 겪고 있는 지금의 아픔은 투명하고 공정한 사법부, 좋은 재판이 중심이 되는 신뢰받는 사법부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하는 성장통”이라며 “수평적 토론을 통한 의사결정, 사법행정 권한의 분산이라는 큰 방향 속에서 그 구체적인 구현에 관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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