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약속 없이 예산안을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갈등이 극한 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선거제 개혁을 위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4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정동영 평화당 대표가 거리로까지 나섰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이 진전된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서 서로 간의 원색적 비판도 난무하는 상황이다. 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 등이 연말 임시국회 개회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각 당의 셈법이 달라 실제 임시국회가 열릴지, 열린다면 성과물이 나올 수 있을지 등은 미지수다.
손 대표는 9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확실히 도입하겠다는 정부 여당과 야당의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단식을 이어갈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 대표도 “12월 선거제도 개혁이 완수될 때까지 단식 농성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들 대표는 지난 6일 민주당과 한국당이 야3당을 배제한 채 수정 예산안에 합의한 직후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8일 청와대 1인 시위를 진행한 정 대표는 이날 광화문광장을 찾아 역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부르짖었다. 바른미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약속을 내팽개치고 내년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것은 민심을 저버린 탐욕스런 돼지들의 야합”이라며 “돼지우리만도 못한 국회를 만든 ‘더불어한국당’에 국민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당과 제1 야당, 제2~4 야당 간의 대립으로 정국은 꽁꽁 얼어붙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임시국회 개회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임시국회를 열어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정기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된 ‘유치원 3법’ 등의 쟁점법안과 민생법안,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등을 통과시켜야 하고 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 등은 선거제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 한국당은 ‘고용세습’ 국정조사 계획서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동상이몽 탓에 임시국회가 열린다손 치더라도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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