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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주협약 갈등에 벨기에 연립정부 ‘붕괴’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EPA연합뉴스




벨기에가 유엔이주협약(유엔 이주 글로벌콤팩트)을 둘러싼 갈등에 연립정부가 붕괴 위기를 맞았다.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4개 정당 중 연립정부 내 최대 정파인 네덜란드어권의 민족당(N-VA)이 유엔의 이주협약에 반대하며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가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열고 N-VA의 탈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소수 정부’로 계속 행정부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14년 형성된 4개 정당 연립정부에서 N-VA가 연정을 탈퇴하겠다는 통지를 받았다”며 “이에 따라 그동안 N-VA 출신이 차지했던 장관직을 재임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벨기에는 지난 2014년 총선 이후 N-VA와 기독민주당(CD&V), 자유당(Open VLD), 프랑스어권의 자유당(MR) 등 4개 정당이 연립해 정부를 구성했다.

N-VA에서는 얀 얌봉 내무장관을 비롯해 5명의 장관이 연립정부에 참여해왔다. 프랑스어권과 네덜란드어권이 합쳐져 한 국가를 이룬 벨기에는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를 구사하는 장관이 동수로 내각에 참여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N-VA는 그동안 유엔이주협약에 서명하면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이 증가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자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압박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셸 총리가 오는 10일 모로코에서 열리는 유엔이주협약 서명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히자 당 소속 장관들을 연정에서 탈퇴시키겠다고 거듭 밝혔다. 앞서 벨기에 연방의회는 제1당인 N-VA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6일 실시한 표결에서 유엔이주협약 서명동의안을 가결 처리함으로써 미셸 총리에 힘을 실어줬다.

2억5,000만 명에 이르는 이주자 문제를 다루고자 유엔이 올 7월 마련한 글로벌콤팩트는 체류 조건과 관계없는 이주자 권리의 보호, 노동 시장에 차별 없는 접근 허용 등을 핵심 내용으로 삼고 있어 일부 국가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은 초안 작성 전부터 거부했고 오스트리아, 호주, 이스라엘 등도 주권 침해적 요소가 있다며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립국 스위스도 의회의 결정을 따르겠다며 협약 가입을 유보했다.

동유럽에서는 불가리아도 글로벌콤팩트를 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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