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기업 후원도 많이 줄고 연탄값도 올라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십시일반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이웃들이 있어서 희망이 있어요.”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며칠째 이어진 9일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이하 연탄은행)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허기복 목사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했다.
연탄은행은 올해 유례가 없을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 31개의 연탄은행에서 700만장, 이 가운데 서울연탄은행이 300만장을 후원하는 것이 목표지만, 이를 달성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허 목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후원 받은 연탄은 지난해 같은 시점과 비교해 40%가량 적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으로 기부 심리가 얼어붙었던 2016년보다도 2017년에 후원이 적었고, 올해는 그보다도 사정이 더 나쁘다는 게 허 목사의 설명이다.
보통 연탄 나눔을 시작할 때쯤이면 수십만장의 연탄 값이 모여 있었는데, 올해는 나눔을 시작한 10월 13일 1,200장의 연탄을 감당할 후원금 밖에 없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허 목사는 연탄 나눔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이들을 언급하면서 고마움을 드러냈다. 허 목사는 “올해 워낙 후원이 적어서 처음에 1,200장으로 연탄 나눔을 시작했는데, 이 가운데 600장은 연탄을 배달해주시는 분이 도와줬다”며 “매년 나눔을 마감할 때쯤 조금씩 후원해주시던 분인데, 올해 연탄은행 형편이 어렵다는 말에 자신도 어려운 상황인데도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연탄을 쓰는 가정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연탄은행이 운영하는 ‘신나는 지역아동센터’의 어린이들 19명은 모아둔 용돈 7만 원을 후원금으로 냈다. 강원 원주에 사는 권 모(72) 할머니는 1년 동안 파지를 모아 판 돈을 모아 50만 원을 연탄은행에 후원했다. 김 모(40) 씨는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아이들이 좋은 일을 많이 하길 기원하며 총 500만 원을, 돌을 맞은 아이를 둔 아빠 김모(38) 씨는 “내 아이가 자라는 세상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며 140만 원을 기부했다.
허 목사는 이런 사례들을 하나하나 언급하면서 “큰돈보다도 오히려 (작은 후원이)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우리 연탄은행이 어려운 집에 연탄을 전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 분위기가 따뜻해지도록 하는 역할도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2002년 연탄은행을 처음 설립하고 17년째 나눔을 실천해온 허 목사는 “연탄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에너지 빈곤층’이고, 연탄이 없으면 당장 생명이 위험한 분들도 많아 누군가는 꼭 손을 내밀어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탄은행은 올해 전국에서 연탄 총 700만장을 나눈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긍정적일 수만은 없는 상황에서도 허 목사는 “어렵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연탄 후원과 봉사 문의는 연탄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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