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 어때요? 도자기가 보이나요?”
작업실에서의 인터뷰는 미공개 혹은 비공개 작품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구본창 작가가 소개한 의외의 작품은 면 보자기에 둘러싸인, 그리하여 백자인지 청자인지 도자기 형태도 알 수 없는 사진작품이었다.
“박물관에 유물 촬영을 요청하고 찾아가면 수장고에서 조심스럽게 도자기를 꺼내오는데 이렇게 고운 면에 감싸서 보여주더라고요. 그 모습마저 아름다워서 이대로 촬영했습니다.”
강보에 싸인 아기처럼 사진 한 장으로 이 도자기를 아끼고 간직해온 개인 소장자의 애정이 엿보인다. 이렇게 의외의 장면이 작품이 되는가 하면 의외의 전시장에 작품이 걸리기도 한다. 지난 14일 개막해 내년 2월까지 구본창 개인전이 열리는 부산시 수영구의 복합문화공간 F1963이 그렇다. 이곳은 고려제강이 반세기 이상 와이어를 생산하는 공장과 창고로 사용된 곳이다. 세련된 미술작품은 물론 청화백자 등 유물과도 거리가 먼 곳이었다. 하지만 낡은 공장은 버려지지도, 개조되지도 않은 채 세월의 흔적을 최대한 간직한 채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F1963은 2016년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눈길을 끌었고 국제갤러리는 지난 8월 첫 분관으로 이곳에 부산점을 열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가리키며 “현대 도예가들이 만든 것처럼 백옥처럼 깨끗한 도자기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서 “세월이 흐른 느낌, 손때 묻거나 긁힌 자국같이 존재감이 느껴지는 것을 먼저 찍었다”고 했고 그런 작품들은 예술적으로 새롭게 태어난 옛 공장과 절묘하게 어우러지고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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