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늘리기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6개월도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1년이 아닌 6개월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로서는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에 임금 손실 벌충 및 최소 휴게시간 보장 방안 등도 담길 가능성이 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사실상 미리 답을 정해놓고 논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이 결국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할 것이라는 기업인의 푸념도 벌써 흘러나온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내년 1월 말까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 결과를 지켜보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등을 명시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 작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유력하게 검토 중인 개정 단위기간은 6개월이다. 당내 일부 의원과 노동계가 단위기간 확대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만큼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자는 야권의 요구는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탄력근로제는 단위기간 내 근무시간을 조정해 주당 근로시간의 평균치를 법정한도(주 52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현재 경영계는 1년으로 확대, 노동계는 3개월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민주당은 단위기간 확대에 따른 보완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임금 손실, 과로에 의한 건강권 침해와 같은 노동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차원이다. 당내에서는 최소 연속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방안 등을 거론하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연속 근로를 하더라도 11시간 연속 휴게(최장 13시간 근무)만 보장된다면 탄력근로는 전향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민주당의 이 같은 안에 대체로 뜻을 같이하고 있다. 한국당 소속 임이자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원장은 “민주당이 6개월을 얘기하고 있고 한국당이 6개월 또는 1년을 말하고 있으니까 6개월이라는 접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임금 감소, 근로자 건강권 침해 우려 등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면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당내에 1년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계절이 바뀌는 것을 감안하면 6개월 정도도 상당하다,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며 “1년·6개월 부분은 사실상 6개월로 거의 합의가 돼가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경사노위의 의견을 들으라고 하는 바람에 논의가 지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요 5당 가운데 1년을 견지하고 있는 당은 바른미래당이 유일하다. 김동철 환노위 바른미래당 간사는 “1년으로 할 것이냐, 6개월로 할 것이냐는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 결과를 세부적으로 분석해본 뒤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민주당은 1년을 얘기하고 있는데 우리는 일단 1년을 주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민주평화당은 6개월로 확대, 정의당은 확대 불가 입장이다.
129석의 민주당과 113석의 한국당 등 거대 양당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경영계에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휴대폰 및 자동차 제조업체, 게임회사, 스타트업 등의 불만이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한 관계자는 “휴대폰 쪽은 1년 단위로 프로젝트를 세우는 경우가 많은데 6개월의 단위기간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며 “자동차 분야의 경우 신차 론칭 후 판매량 급증에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게임업체는 신게임 출시를 앞두고, 스타트업은 초창기 2~3년에 집중적인 근로시간이 투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금 손실 벌충 및 최소 휴게시간 보장 등의 방안도 결국은 기업의 노무관리 여력을 옥죌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인력 운용 어려움을 줄여주고자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것인데 임금 손실 벌충 방안을 제도적으로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사 협상에 맡겨둬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임지훈·하정연·양지윤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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