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주로 연말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지자 행정부 참모들이 뒷수습에 진땀을 빼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현실화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해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시장 불안이 극대화되자 참모들이 일제히 시장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셧다운이 내년 초까지 장기화할 공산이 큰데다 연준을 적대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이 없어 시장 혼란이 진정될지는 의문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JP모건·골드만삭스·씨티·뱅크오브아메리카(BoA)·웰스파고·모건스탠리 등 미국 6대 은행 최고경영자(CEO)들과 통화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그는 이례적인 통화 내용에 대해 “CEO들이 소비자·기업 등에 대한 대출에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확인했다”며 금융혼란의 와중에도 은행들이 문제를 겪고 있지 않으며 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4일 연준과 미 증권거래위원회, 상품선물거래위원회를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시장 워킹그룹과 통화하고 통화감독청과 연방예금보호공사 등의 관계자들을 불러 정상적인 시장 가동을 위한 협력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므누신 장관의 이러한 행보는 셧다운으로 인한 주가폭락 사태로 공포감에 휩싸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고 투매를 차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한주 동안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6.8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7.05%씩 급락하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한 주를 보내자 다급해진 행정부가 긴급 대책에 나선 셈이다.
트럼프 측근들은 지난주 시장에 파란을 일으킨 ‘제롬 파월 해임설’도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이날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겸 예산국장은 A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의장을 해임할 수 없다는 점을 이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도 전날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해임을 제안한 적은 결코 없고 내가 해임할 권한을 가졌다고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 안정을 위해 트럼프 측근들이 향후 몇주 내에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연준 의장 간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후 수습이 시장 안정에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마켓워치는 므누신 장관과 은행장 간 통화가 “트럼프 정부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보일 수 있다”며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달라졌다는 확신을 시장이 가질지도 미지수다. 한 미 정부 관리는 뉴욕타임스(NYT)에 므누신 장관이 지난 며칠 동안 파월 의장을 경질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기 위해 분투해왔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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