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권을 놓고 격돌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내년 1월 둘째 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통상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협상에 들어간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6일(현지시간)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 2명은 미국 정부 협상단이 중국 관리들과 무역협상을 개최하기 위해 내년 1월 7일부터 시작하는 주에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식통은 제프리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협상단을 이끌 예정이며 데이비드 멀패스 재무부 차관도 협상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블룸버그 통신은 USTR과 재무부가 확인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대화가 보도대로 진행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일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 전쟁 휴전을 합의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공식 대면 협상이다. 미국과 중국 관리들은 정상회담 후 전화로는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고율 관세를 주고받는 무역 전쟁을 90일 동안 멈추고 협상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 시한인 내년 3월 1일까지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제품에 부과되는 관세의 세율을 현행 10%에서 25%로 인상하는 조치를 강행하는 등 추가관세를 집행하겠다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이번 무역협상의 협상의제가 ▲중국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들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 ▲사이버 침투 및 절도 등에 대한 중국의 ‘구조적 변화’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농산물 등의 무역확대와 같은 정상회담 합의 사안을 적극적으로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협상의제에 대한 합의를 두고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과 중국의 통상갈등에 종지부를 찍을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품은 불만에는 무역적자뿐만 아니라 중국의 산업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기업연구소의 중국 전문가인 드렉 시저스는 블룸버그 인터뷰를 통해 USTR이 다음 달 협상단을 이끌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양국의 행로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모종의 거대한 돌파구를 향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시저스는 “협상 기간 90일의 상반기에 장관급 관리들의 회동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측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자신의 트위터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중국과의 합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스티브 므누신 재무부 장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그 작업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측에서 협상을 지휘하는 핵심 당국자들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협상 책임자이지만 이번 방중에는 동행하지 않는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지난 9일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3월을 넘어가는 것(협상시한 연장)을 얘기하지 않고 있다”며 “이뤄야 할 합의가 있다면 90일 안에 이룰 것을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바로 국장은 지난 22일 일본 닛케이신문 인터뷰에서 “중국이 일본, 미국, 유럽의 미래를 훔치려고 노력한다”며 “중국이 자국의 무역·산업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합의 도출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커들로 위원장을 비롯한 대통령의 경제 보좌진은 미국과 중국이 협상에서 충분한 진전을 이룬다면 추가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는 더 미룰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beatri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