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속에 여론의 지지를 쌓기 위해 취임 후 처음으로 분쟁지역인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를 방문했지만 잇따른 논란으로 안팎에서 오히려 반감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된다.
27일(현지시간) CNN과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이라크 주둔 미군부대를 방문하면서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의 현지 배치는 물론 대원들의 얼굴까지 노출시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네이비실 배치는 그 자체로 군사기밀일 뿐 아니라 특수부대원들의 신상 역시 통상 군사기밀로 여겨지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부대원들과 찍은 기념사진 및 영상을 보란 듯이 트윗으로 올린 것이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특수부대 배치는 물론 요원의 얼굴까지 공개하는 것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여기에 이번 이라크 방문이 극비리에 추진됐음에도 대통령이 탄 ‘에어포스원’의 항로가 일찌감치 노출되는 등 허술한 보안이 드러났다는 점도 뒷말을 낳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활동이 엄격하게 제한되는 군부대에서 자신의 정치적 트레이드마크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캠페인 구호가 적힌 빨간 모자에 사인을 해주는 등 군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미 국방부는 모든 군인의 특정 정당 및 후보에 대한 지지와 선거 운동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인한 모자는 병사들이 개인적으로 갖고 온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군을 정치 어젠다에 이용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게다가 이라크 정부와 방문일정을 제대로 조율하지 않아 이라크 내 반발 여론에도 불이 붙었다. 이라크 의회의 주요 정파인 비나그룹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은 노골적이고 명백한 외교규범 위반”이며 이라크 정부를 무시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딜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와도 회담할 계획이었지만 자신이 있는 미군기지에서 만나자고 하면서 일정상 이유 등으로 결국 회담이 취소된 바 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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