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당일 배송’ 서비스 등을 앞세우며 온라인 상점이 급부상하던 10여 년 전, 오프라인 상점은 어쩌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현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 사이에 경계가 사라지는 등 당시의 위기론은 기우에 불과했음이 증명됐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리테일은 이미 현실화됐다. 모바일 등으로 주문하고 오프라인 매장 혹은 편의점 등에서 상품을 수령할 수 있는 ‘픽업서비스’는 일반화됐다. 또 ‘로켓 배송’을 통해 국내 이머커머스 업계에 배송경쟁을 촉발시켰던 쿠팡은 지난해 11월 소프트뱅크로부터 2조 원대의 추가 투자를 유치하며 물류인프라 확충에 나섰고, 신세계 역시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전통적인 유통 강자들도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한 비즈니스에 박차를 가하는 등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리테일 전쟁이 벌어진 상황이다. 알리바바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바이난트 용건이 쓴 ‘온라인 쇼핑의 종말’은 이처럼 기업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생존 전략으로 내세우는 이유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로봇화,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등과의 연관성을 통해 방대한 분량으로 분석했다. 네덜란드 최초의 온라인 쇼핑 포털인 매크로폴리스를 설립해 최고경영자(CEO)를 지냈고 현재 유럽연합(EU) e커머스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다음과 같은 주장은 도발적이지만 국내의 온라인 오프라인 매장의 결합 상황을 상기하면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온라이프’ 경제 패러다임이 이미 도래했으며, 10년 안에 ‘온라이프 리테일’로 완전히 쇼핑 산업이 재편될 것이다.” ‘온라이프’는 이탈리아 철학자 루치아노 플로리디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온라인과 일상적인 삶의 차이가 점점 희미해져서 마침내 두 영역의 구분이 사라지게 됨을 의미한다. 플로리디는 이 개념을 통해 앞으로 이곳(아날로그, 오프라인)과 저곳(디지털, 온라인)이 합쳐져서 하나의 ‘온라이프’ 체험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특히 ‘종의 기원’의 저자인 찰스 다윈의 “가장 강한 종도, 가장 지능이 높은 종도 아닌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 남는다”는 말을 인용하며 앞으로 새로운 ‘온라이프’ 리테일에 맞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과거의 수익 모델에 디지털이라는 형식만을 적당히 수단으로 이용한다면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는 매우 무겁게 다가온다. “혁신적인 기업가는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에다 지나간 것들을 완전히 뒤흔들어놓는 방식을 부가하면, 온라이프 컨슈머의 요구에 가장 잘 부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모델을 과감하게 채택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강렬한 맛의 칵테일 한 잔을 만들어내듯이, 최첨단 기술과 앱을 절묘하게 블렌딩하는 방식으로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과 새롭게 채택한 비즈니스 모델 간의 융합을 이뤄내야 한다.”
또 저자는 최근 ‘카풀 논란’ 등으로 가열되고 있는 공유경제에 대한 다양한 층위에 대해서도 다룬다. 일단 화두가 되고 있는 공유경제에 대해 저자는 공유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생태학적으로 유리할 수 있지만, 인간적인 차원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들이 비록 작은 규모지만 새로우면서도 시대에 맞는 공동체 정신 구현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그는 공유경제와 협력적 공유사회가 새로운 산업혁명 과정에서 한 축으로 자리할 것으로 확신했다. 그러나 공유경제에 대한 긍정적 시각만을 다룬 것은 아니다. 그는 공유경제의 부상은 늘어나는 생계비 때문이며, 최근의 경제위기에 따른 낙진효과에 불과하다는 회의론자들의 입장을 비롯해 공유경제가 우버의 운전기사처럼 임금이 몹시 박한 자유계약자를 수용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비관론자의 입장, 공유경제의 도전 과제 등도 전한다. 2만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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