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CNN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펠로시 의원이 지난 3일 하원의장에 선출되면서 연초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간 싸움이 격렬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펠로시 의원은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서 열린 제116대 연방의회 개원식에서 동료 하원의원들의 호명투표에서 과반 득표에 성공해 하원의장으로 뽑혔다. 그는 2007~2011년 미 역사상 여성 최초로 하원의장을 역임한 데 이어 8년 만에 미국 권력서열 3위 자리에 다시 오르게 됐다. 그는 1987년 캘리포니아 8선거구(샌프란시스코)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정계에 진출했으며, 2002년 민주당 원내대표를 거쳐 2007년 하원의장에 선출됐다.
펠로시 의원은 2년 임기의 이번 의회에서 내년 11월 대선 승리를 목표로 ‘러시아 스캔들’, 멕시코 국경장벽 등 이민정책, 건강보험정책 등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특히 그는 하원의장으로 당선되기 전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 문제를 피하지 않겠다”며 대통령 기소 가능성의 여지를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디언의 피가 흐른다”며 ‘포카혼타스’라고 조롱했던 워런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워런 의원은 지난달 31일 지지자들에게 보낸 4분30초짜리 영상에서 “미국의 중산층이 공격받고 있다”며 2020년 대선 예비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다고 밝히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발표에서 “억만장자들과 대기업들은 더 많은 파이를 원하기로 결정했고 정치인들을 동원해 (그들의 파이를) 더 크게 자르게 했다”며 ‘부자·대기업’ 친화정책을 펴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워런 의원은 차기 대선 경선의 첫 투표가 이뤄질 아이오와주 방문을 앞두고 선거 스태프도 채용했다. 그는 2016년 아이오와 코커스 캠페인을 관리한 브렌던 서머스, 2008년 아이오와 코커스 캠페인 당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 디렉터 역할을 한 에밀리 파셀을 채용했다. 또 아이오와 하원의원 당선자인 애비 핀케노어의 선거 캠페인을 관리한 케인 밀러, 아이오와 민주당 선거 캠페인을 이끈 제니스 로텐버그 등도 채용했다. 그는 “아이오와 방문이 ‘대화’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사람들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일에 대해 그들의 얘기를 듣고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의회가 개원하면서 여러 여성 정치 신예들도 활약하게 됐다.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역대 최다 여성 의원들이 당선된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최초의 여성 무슬림 연방의원 2명이 배출됐다. 소말리아 난민 출신인 일한 오마르(37) 미네소타주 하원의원과 팔레스타인 이민자 2세로 미시간주에서 당선된 라시다 탈리브(42)가 주인공이다. 오마르 의원은 어린 시절 내전을 피해 케냐에서 4년을 보내고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다. 앞서 탈리브 의원은 중간선거 유세에서 인종 차별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1월 30일 별세한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 참석 이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54) 여사도 잠재적인 트럼프 대항마로 꼽힌다. 오바마 여사는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최근 미국 성인 1,0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존경하는 인물 조사에서 응답자 15%의 지지를 받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제치고 여성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남성 부문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응답자 19%의 지지를 받아 11년 연속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선정됐다. 특히 오바마 여사의 자서전 ‘비커밍’(Becoming)이 보름 만에 북미 지역에서 200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나타나 저력을 과시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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