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신기남과 완전히 결별하고 소설가 신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정치로 다시 돌아오라는 권유도 있지만 20년 정치했으면 됐다며 거절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40년 전부터 품어온 저의 소망으로 앞으로도 장편소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15~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신기남(필명 신영·사진)은 7일 서울 종로구의 한정식당에서 첫 번째 장편소설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작품은 역사·지리·철학 그리고 정치를 두루 혼합한 일종의 ‘퓨전 소설’”이라며 “문학의 ‘당의정론’에 입각해 로맨스 스토리도 곁들여져 있고 현재진행형의 이야기가 풀어져 가는 일방, 사이사이에 아드리아를 배경으로 벌어진 역사적 사건을 소설로 극화한 열 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배치돼 있는데 결국 열한 편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드무비의 성격을 가진 이 소설은 이탈리아와 발칸반도 사이의 아드리아해를 바라보고 있는 크로아티아·세르비아·보스니아가 배경이다. 지역적으로나 민족적으로 복잡한 사연을 지닌 곳으로 작가 신영은 풍부한 상상력과 꼼꼼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달마티안해변에 있는 ‘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를 여행하던 두 남녀의 우연한 만남은 이들의 삶에 짧지만 강렬한 영향을 미친다. 8년간의 유고전범재판소 재판관을 마무리한 법률가 출신 준선과 꿈속 세계를 현실로 창조해내는 무대미술가 유지가 품고 있는 평범하지 않은 경험과 지식, 그리고 발칸의 뼈아픈 역사와 한 여인의 개인사가 씨줄과 날줄로 얽히는 중에 역사적 현장에서의 소설적 상상력이 탁월하게 발휘된다. 신 작가는 영국 유학 중 발칸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국회 한국·세르비아의원친선협의회 회장으로 세르비아를 방문했던 당시 크로아티아·세르비아·보스니아·몬테네그로를 직접 여행하고 유고 내전 전범 재판 과정을 연구하면서 유고의 역사를 소재로 본격적으로 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신기남은 소설가로 독자들에게 평가받고 싶은 마음에 본명은 물론이고 이력까지 모두 비공개로 하기로 결심했을 정도로 작가로 ‘제2의 인생’을 살려는 의지가 확고했다. “필명으로만 책을 내고 싶었지만 출판사의 설득으로 본명 등을 밝히게 됐습니다. 필명인 신영은 신은 제 성이고 영은 좀 ‘프레시’하고 젊어 보이고 싶어 ‘영(young)’으로 했습니다. 저는 이 책이 해외에서도 소개되기를 바라는데 필명이 아무래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웃음).”
그는 소설가 롤모델로는 작가 최인호를 꼽으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은 욕심도 드러냈다. “최인호를 좋아합니다. 최인호 작가가 문학에 기여한 바가 큽니다. 최초로 소설을 써 집을 사고 자동차를 샀다고 합니다. 그의 작품은 상당히 깊이가 있고 재미도 감동도 있습니다. 잘 팔리면서 영화로도 만들어지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김홍정 작가의 경우 ‘의자왕 살해 사건: 은고’가 영화 판권으로 팔렸죠. 저도 이런 들불처럼 일어나 영화로도 팔리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문학이 뮤지컬·영화·드라마 등의 원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정치인들이 속속 복귀하고 있는 가운데 신기남도 이러한 흐름을 따를 수도 있냐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설가 데뷔 기자간담회인데 이 질문이 나올까 안 나올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혹시 질문이 나오게 되면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대답하겠다고 생각하고 나왔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고 대학 때까지도 문학 활동을 했습니다. 법대에 가 문학을 계속하지 못했고 문학에 대한 열망이 항상 있었습니다. 문학은 저에게 떠나지 못하는 무의식입니다. 이미 해군 생활을 담은 소설의 집필을 마쳤고 세 번째 소설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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